대한불교조계종과 동국대학교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 등으로 동국대 정각원 교법사에서 해임된 진우 스님이 해임처분 무효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1심은 진우 스님의 발언이 임직원으로서 품위를 손상시켰고, 업무 태만 등 문제가 있었다며 동국대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고 원고 승소로 결론냈다.
16일 불교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5-1민사부(재판장 김상우)는 지난 11일 진우 스님이 학교법인 동국대를 상대로 낸 해임처분 무효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2023년 7월 31일 자 해임 처분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진우 스님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은처승 카르텔’, ‘건학위원회 사조직화’, ‘매관매직’ 등의 발언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 적시로 보기 어렵고, 종단과 학교의 운영 전반에 대한 의견 표현으로서 공익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내용은 언론과 불교계에서 수년간 문제 제기돼온 사안들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특히 재판부는 “종교 조직은 고도의 청렴성을 요구받는 특수성을 갖고 있고, 대학은 자율성과 비판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는 공간”이라며, “내부 비판이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명예훼손 논란이 제기된 일부 발언에 대해서도 “징계 사유 전체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동국대가 과거에도 진우 스님에게 반복적으로 부당한 면직과 승적 제적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해임이 중징계로서의 타당성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선거 과정에서의 발언에 대해서도 “공적 입장에서의 의견 표명은 더욱 폭넓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고법의 이번 판단은 앞서 1심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단이다.
1심 재판부는 지난 6월 “진우 스님이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사실 확인이 부족한 비판을 했고,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1심은 박사과정에 대한 무기정학 처분은 “지나치게 불이익한 징계”라며 취소했다.
1심 재판부는 “감봉 처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업무에 소홀했고, 근무 분위기를 해쳤다”며 “징계는 합리적 범위 내에 있다”고 보았다.
한편,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조계종과 동국대에 진정한 자성과 개선을 촉구했다.
교단자정센터는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이번 법원 판결은 상식과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며 “정의로운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계종 총무원은 소통의 부재를 깊이 성찰하고, 내부 구성원들의 건전한 비판을 종단 자정과 발전의 동력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동국대학교를 향해서는 “건학 이념인 ‘대학의 자율성’을 되새기고, 비판적 목소리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학술 공동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비판을 억압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교단자정센터는 “불교의 가르침은 ‘등불이 스스로를 밝히듯 진리를 밝혀라’고 했다”며 “이번 판결이 우리 불교계에 진리의 등불을 밝히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