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에 자리한 금정사는 약사신앙을 바탕으로 기도와 포교활동을 이어가는 도심 속 수행도량이다. 주지 법안스님은 약사여래를 모시고 불자들의 건강과 평안을 발원하며 도량을 가꿔가고 있다.
약사여래는 중생의 질병과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열두 가지 큰 서원을 세운 부처님이다. 약사신앙은 육체적인 질병뿐 아니라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에서 비롯되는 마음의 고통을 덜고 바른 삶을 살아가려는 발원과도 맞닿아 있다.
연등 가득한 법당…층마다 마련된 신행공간
금정사 1층 법당에 들어서면 천장을 가득 메운 형형색색의 연등과 정면에 나란히 봉안된 세 불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불단 앞에는 향로와 촛대, 공양물이 놓여 있고, 법당 중앙에는 북과 독경대가 마련돼 있다.
2층에도 별도의 법당과 산신각이 마련돼 있다. 이 밖에 공양간과 주지스님 처소도 갖추고 있어 도심의 제한된 공간을 예불과 기도, 공양 등 다양한 신행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법안스님이 현재의 금정사에 자리를 잡은 지는 약 4년이 돼간다. 처음에는 약사여래불 한 분을 모시고 도량을 마련했으며, 이후 법당을 정비하고 필요한 시설을 갖추면서 조금씩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금정사는 약사여래의 자비와 서원을 되새기는 약사재일을 중심으로 기도와 법회를 이어가고 있다. 음력 매월 8일인 약사재일은 불자들이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발원하고 몸과 마음을 돌아보는 날이다.
"도심 사찰은 대중과 가까운 포교당"
법안스님은 도심 사찰의 역할을 '포교당'이라고 설명했다. 산중 사찰과 수행의 본질은 다르지 않지만, 직장인과 지역 주민들이 일상에서 쉽게 찾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심 사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평일에 시간이 없잖아요. 일요일에 와서 편하게 쉬고 기도도 하고 가는 거예요."
금정사는 불자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도량을 지향한다. 법안스님은 신도들에게 불전함에 돈을 넣거나 시주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고 했다.
스님은 사찰의 규모를 키우거나 신도 수를 늘리는 것보다 누구나 편하게 찾아와 기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약사기도와 함께 이어가는 자연치유 활동
금정사의 또 다른 특징은 1층에 마련된 약재 보관·달임 공간이다. 이곳에는 쌍화탕 등에 쓰이는 한약재를 비롯해 다양한 재료와 이를 손질하고 달이는 기구가 갖춰져 있다.
법안스님은 오랫동안 약초와 전통적인 건강관리 방법에 관심을 기울여 왔으며, 지금도 직접 재료를 살피고 달이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스님은 약재마다 쓰임이 다르고 사람의 상태에 따라 배합도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기성품처럼 똑같이 만드는 게 아니에요. 사람마다 몸 상태가 다르니까 그걸 살펴서 약을 짓는 거죠."
이러한 활동과 관련해 법안스님은 지난 9월 사단법인 국제문화예술명인명장회로부터 자연치유 분야 명인 인증을 받았다.
1층 한편에 마련된 사무공간에는 '국제문화예술명인 인증서'와 '지도자 자격증', '국제명인명장' 명패가 전시돼 있다. 인증서에는 스님의 속명인 민병학과 인증 분야인 '자연치유'가 명시돼 있다. (사)국제문화예술명인명장회가 수여한 인증으로, 스님이 오랫동안 이어온 자연치유 관련 활동을 보여주는 자료다.
법안스님은 나이가 들면서 예전처럼 많은 일을 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사용하던 기계 일부도 정리했지만,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약재를 살피고 달이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오래된 수묵화와 서예 작품…신도들과 나눈 인연
금정사 곳곳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그림도 남아 있다. 2층 법당과 스님 처소에는 오래된 수묵화 작품 등이 걸려 있다.
법안스님은 작품에 얽힌 사연을 하나씩 들려줬다. 오래전부터 간직해온 작품도 있고, 여러 사람과 인연을 맺으며 마련한 작품도 있다고 했다.
스님은 소장했던 작품 대부분을 신도들에게 나눠줘 지금은 몇 점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처소 한켠에는 문화예술 활동과 방송 촬영에 참여했던 사진과 기록도 보관돼 있다. 스님은 과거 사극 '천추태후' 등에 출연했던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러한 자료들은 도량을 가꿔온 법안스님의 다양한 삶과 인연을 보여준다.
법당 장엄불사 추진…새로운 모습 준비
금정사는 조만간 법당을 새롭게 단장하는 장엄불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법당 장엄불사는 부처님을 모신 공간을 정성스럽게 꾸미고 정비하는 불사를 말한다. 법안스님은 그동안 법당과 신행공간을 조금씩 가꿔온 데 이어 장엄불사를 통해 도량을 새롭게 정비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불사 범위와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장엄불사는 금정사가 새로운 모습을 갖추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정사는 넓은 경내나 웅장한 전각을 갖춘 산중 사찰은 아니다. 대신 도심의 제한된 공간에 법당과 공양간 등 신행시설을 마련하고 약사기도와 포교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약사여래불 한 분을 모시고 시작한 도량은 그렇게 조금씩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앞으로 추진할 장엄불사를 통해 금정사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