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의 최대 종책모임 '불교광장' 내부의 파열음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입법 기구인 중앙종회의 파행 사태를 둘러싸고 계파 내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불만이 수장의 공개적인 사퇴로 이어지며 종단 내 권력 구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23일 불교계에 따르면, 조계종 중앙종회 불교광장 회장인 경우스님(선운사 주지)은 전날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임 9개월여 만에 회장직 사퇴를 공식 선언했다.
이번 사퇴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최근 제238회 및 제239회 중앙종회 임시회가 소속 의원들의 집단 불참으로 잇따라 무산(유회)된 사태다.
경우스님은 종단 내 현안을 제도권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계파 내 강경파 주도로 종회 불참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우스님은 간담회에서 "그동안 불교광장의 의사결정이 구성원들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보다는 일부의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결정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직격했다.
이어 "종단의 발전과 화합보다 정치적 이해가 우선되는 모습을 보며 실망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최대 종책모임의 대표가 내부의 특정 세력을 겨냥해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낸 셈이다.
당장 종단 안팎에서는 이번 사퇴가 조계종 정치 지형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우스님은 차기 총무원장 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해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주류 계파의 분열 양상이 고스란히 노출된 만큼 향후 종단 내 주도권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우선 기상 악화로 연기된 총무원장 진우스님과의 면담 결과와 불교광장 지도부의 후속 대응이 이번 내홍의 수습 여부를 가를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