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법륜 성지 사르나트,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룬 뒤 처음으로 법을 설한 인도 사르나트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부처님의 깨달음이 중생을 향한 가르침으로 펼쳐지고 최초의 불교 교단이 태동한 초전법륜의 성지가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25일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회의에서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바라나시의 ‘사르나트 고대 불교 유적(Ancient Buddhist Site of Sarnath)’을 세계유산 목록에 올렸다.

이번 등재로 인도가 보유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모두 45건으로 늘었다.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는 7월19일부터 29일까지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사르나트는 부처님 탄생지인 네팔 룸비니, 성도지인 인도 보드가야, 열반지인 쿠시나가르와 함께 불교 4대 성지로 꼽힌다. 부처님은 보드가야에서 정각을 이룬 뒤 이곳을 찾아 함께 수행했던 다섯 수행자에게 처음으로 가르침을 설했다. 불교에서는 이를 ‘초전법륜(初轉法輪)’이라 부른다.

첫 설법을 들은 다섯 수행자가 부처님께 귀의하면서 최초의 승가도 이곳에서 형성됐다. 사르나트가 단순한 설법지를 넘어 불·법·승 삼보가 갖춰진 불교사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사르나트는 사슴이 뛰놀던 동산이라는 뜻의 녹야원(鹿野苑)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에 등재된 유산은 ‘차우칸디 스투파’와 다메크 스투파·다르마라지카 스투파 등이 자리한 ‘사르나트 고고학 유적’ 등 두 구역으로 구성된 연속유산이다. 전체 유산구역은 8.05㏊, 완충구역은 72.2㏊에 이른다. 차우칸디 스투파는 부처님이 다섯 수행자를 다시 만난 장소와 관련된 유적으로 전해지며, 사르나트 고고학 유적에는 오랜 세월 조성된 불탑과 사원, 승원 흔적이 남아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사르나트가 수세기에 걸쳐 이어진 불교 신앙과 순례 전통을 증언하고 있다는 점과 부처님의 첫 설법, 최초 제자들과의 만남이라는 불교사적 사건을 유적을 통해 직접 보여준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에 따라 문화적 전통과 문명을 증언하는 등재기준과 인류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사상과 직접 관련된 등재기준이 적용됐다.

사르나트는 부처님 재세 당시부터 불교도들의 중요한 순례지로 자리 잡았다. 이후 왕실과 승가, 재가불자들의 후원으로 불탑과 사원, 승원이 잇따라 세워지면서 대표적인 불교 수행·교육 중심지로 발전했다. 유적에서는 마우리아왕조 이전부터 쿠샨왕조와 굽타왕조를 거쳐 12세기까지 이어진 건축과 신앙의 흔적이 확인된다.

12세기 무렵 쇠퇴한 사르나트는 한동안 역사 속에 묻혔다가 18세기 다시 세상에 알려졌다. 20세기 들어 세계 각국의 불교도들이 찾는 순례지로 부흥했으며, 오늘날에는 불교 성지이자 인도를 대표하는 고고학 유적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불교계도 사르나트의 세계유산 등재를 환영했다.

대한불교조계종과 대한불교천태종, 한국불교태고종 등 28개 종단이 참여하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27일 공동 담화문을 내고 "부처님의 첫 설법이 이뤄진 사르나트가 부산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를 통해 그 가치를 널리 인정받게 된 것은 뜻깊은 인연이자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밝혔다.

종단협은 "사르나트는 부처님의 깨달음이 중생을 향한 가르침으로 이어진 불교사의 출발점이자 지혜와 자비의 정신이 처음으로 펼쳐진 성스러운 공간"이라며 "이번 등재는 사르나트가 지닌 역사적·종교적·문화적 가치를 국제사회가 함께 인정하고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보존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뜻깊은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불교문화유산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세계 공동의 자산으로 체계적으로 보존되고 미래 세대에 온전히 전승되기를 기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사르나트의 등재를 "모든 인도인이 자랑스러워할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모디 총리는 "사르나트가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 조화의 가르침과 깊이 연결된 곳"이라며, "이번 등재가 더 많은 사람이 사르나트를 찾아 부처님의 가르침을 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유산 등재로 사르나트의 국제적 위상은 한층 높아졌지만, 성지 본래의 종교적·수행적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과제도 남았다. 세계유산 등재 문서는 사르나트가 순례지로서 기능을 이어가고 있으나 현재 관리가 고고학 공원과 관광지 운영에 집중돼 있어 장기적으로 유산의 영적 성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화로 과거 숲을 이루던 녹야원의 넓은 역사적 경관이 훼손됐다는 평가도 담겼다.

이번 등재가 사르나트를 널리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부처님이 처음 굴린 법의 수레바퀴와 그 성스러운 공간을 미래 세대에 온전히 전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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