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불교네트워크코리아 대표 보검스님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 평화행사에서 세계평화상(World Peace Award)을 수상했다. 미국 텍사스에서 워싱턴 D.C.까지 약 3700km를 걸으며 평화와 자비의 메시지를 전한 테라와다불교 비구 빤냐카라(Bhikkhu Paññākāra) 스님도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보검스님이 보내온 현장자료와 행사 공식 자료에 따르면 '세계평화상 국제대회 2026(World Peace Award International Conference 2026)'은 지난 8월 22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Konserthuset Stockholm) 그뤼네발드홀(Grünewaldsalen)에서 세계 각국의 평화활동가와 종교·문화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열린 국제회의와 시상식에서는 세계 평화를 위해 활동해 온 인사들을 대상으로 세계평화상이 수여됐으며, 한국에서는 보검스님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이번 시상식에서는 미국에서 대규모 '워크 포 피스(Walk for Peace)'를 이끈 빤냐카라 스님이 함께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대회의 주제는 'Peace on Earth – Peace with the Earth'. 우리말로 옮기면 '지구상의 평화, 지구와의 평화'다.
전쟁과 폭력을 멈추는 데서 평화를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는 물론 인간과 자연, 인류와 지구의 관계까지 평화라는 화두 안에서 함께 바라보자는 취지가 담겼다.
행사에서는 '우리는 어떻게 평화의 문화를 만들 수 있는가(How Can We Create a Culture of Peace?)'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사회·정치 문제와 종교·철학, 민주주의와 인권, 문화와 교육, 인간과 자연의 관계, 지구의 미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가 논의됐다.
행사 측이 강조한 것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생각으로 통일되는 평화가 아니었다.
정치와 종교, 문화와 철학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르더라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차이를 인정하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평화의 공통 기반(common ground for peace)'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종교간 대화(interfaith dialogue)도 이번 국제회의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였다.
세계의 종교들은 서로 다른 교리와 전통,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지만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 자비와 평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의 지점을 찾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행사 측은 대화의 목적이 모든 참가자를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충분히 듣고, 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이해하면서 서로를 이어줄 수 있는 공통의 가치를 발견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불교가 오랫동안 강조해 온 자비와 비폭력, 공존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상대를 자신의 생각에 맞추기보다 서로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으며 갈등과 증오를 줄여가는 과정 자체를 평화를 이루는 실천으로 바라본 것이다.
이번 세계평화상 수상자 가운데 빤냐카라 스님의 행보는 이러한 평화의 실천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주목받았다.
빤냐카라 스님은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흐엉다오 위파사나 바바나 센터(Huong Dao Vipassana Bhavana Center)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테라와다불교 승려다.
그는 지난해 10월 26일 동료 스님들과 함께 텍사스주 포트워스를 출발해 미국 수도 워싱턴 D.C.까지 걸어가는 '워크 포 피스'에 나섰다.
평화행진 거리는 약 2300마일, 3700km에 달했다.
108일 동안 이어진 행진에서 스님들은 미국 남부와 동부의 여러 지역을 지나며 혹한과 눈, 비를 견뎠다. 일부 구간에서는 맨발로 길을 걸었으며, 수많은 도시와 지역공동체를 지나면서 시민들과 직접 만났다.
긴 여정의 목적은 특정한 정치적 요구를 관철하거나 정부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빤냐카라 스님은 평화행진을 시작하면서 자신들의 걸음은 시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 안에 이미 존재하는 평화를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평화와 친절, 자비가 한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해 가족과 공동체, 사회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스님들이 길을 지날 때마다 많은 시민이 나와 행렬을 지켜보고 일부는 함께 걸었다. 꽃과 음식, 물을 건네며 행진을 응원하는 이들도 이어졌다.
종교적 배경을 달리하는 사람들과의 만남도 계속됐다. 평화행진 과정에서는 종교간 행사가 마련됐고, 워싱턴 D.C.에 도착한 뒤에는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도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하는 행사가 열렸다.
미국 사회에서 이 행진이 주목받은 이유도 거창한 정치적 구호가 아닌 걷기라는 가장 단순한 행위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는 데 있었다.
빤냐카라 스님과 수행자들은 3700km를 걸으며 평화와 마음챙김, 자애와 연민, 비폭력의 가치를 알렸다. 서로 종교와 문화, 정치적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평화라는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고 직접 만나는 방식을 택했다.
불교에서 평화는 외부의 전쟁이나 갈등이 사라지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으로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타인을 향해 자비를 실천하는 과정도 평화와 연결된다. 개인의 내면에서 시작한 변화가 타인과 공동체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사회적 평화의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빤냐카라 스님의 장거리 평화행진 역시 이 같은 불교적 평화의 가치를 말이 아닌 몸의 실천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한국 불교계에서는 보검스님이 이번 세계평화상을 받으며 국제 평화무대에 함께했다.
보검스님은 세계불교네트워크코리아 대표로 활동하면서 세계 각국의 불교계와 교류해 왔으며, 국제 불교회의와 종교간 교류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해왔다. 이번 대회에서도 각국의 불교계·종교계 인사와 평화활동가들을 만나 국제사회의 평화와 종교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올해 세계평화상 국제대회는 시상식만을 위한 행사로 마련되지 않았다.
전체 일정은 8월 21일부터 25일까지 스웨덴 스톡홀름과 에스토니아 탈린을 오가며 국제회의와 평화 걷기, 음악·문화 프로그램, 종교와 문화 간 교류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2일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는 세계평화상 국제회의와 시상 프로그램을 비롯해 음악 공연과 평화 걷기 등이 진행됐다.
23일에는 참가자들이 스톡홀름 시청과 노벨박물관, 왕궁 일대를 돌아보며 평화 걷기를 이어간 뒤 배를 타고 발트해를 건너 에스토니아 탈린으로 향했다.
24일 탈린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다시 도심을 걸으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후 문화 프로그램과 세계평화 행사 폐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스톡홀름으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행사를 이어갔다.
도시에서 도시로, 국가에서 국가로 장소를 옮기면서 이어진 평화 걷기는 이번 행사가 내세운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평화를 회의장에서 논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거리로 나가 시민들과 만나고, 종교와 국적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걸으면서 평화라는 가치를 공유한다는 취지다.
이번 대회가 'Peace on Earth'와 함께 'Peace with the Earth'를 내건 점도 눈에 띈다.
전쟁과 사회적 갈등, 종교적 대립처럼 인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뿐 아니라 기후와 환경, 자연과 인간의 관계 역시 오늘날 평화를 논의할 때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라는 인식이다.
행사 측은 인간이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가와 인간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지구를 어떻게 대하는가는 서로 연결돼 있다고 봤다.
평화를 인간만을 위한 가치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생명과 자연, 지구와의 관계 속에서 바라보자는 시각이다. 인간과 자연을 서로 분리된 존재로 보기보다 상호 의존적인 관계로 바라보는 점에서 불교의 연기적 세계관과도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국제회의가 던진 핵심 질문은 결국 '평화의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로 모아졌다.
행사 측은 하나의 조직이나 하나의 정치운동, 하나의 종교적 전통만으로 평화의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는 방식, 자신과 다른 의견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공동의 삶의 터전인 지구를 대하는 선택이 모여 평화의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종교는 서로 다른 신앙과 전통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의 교리 아래 묶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면서 인간 존엄과 자비, 비폭력, 공존이라는 보다 큰 가치를 함께 찾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스톡홀름에서 시작해 탈린으로 이어진 세계평화상 국제대회는 이처럼 인간과 인간 사이의 평화를 넘어 인간과 지구가 함께 살아가는 평화를 화두로 던졌다.
보검스님과 빤냐카라 스님을 비롯한 수상자들의 활동 역시 서로 다른 자리에서 평화를 실천해 온 노력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회의 메시지와 맞닿았다.
특히 3700km에 이르는 길을 직접 걸어 사람들과 만난 빤냐카라 스님의 평화행진은 평화가 선언이나 구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과 행동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줬다.
스톡홀름과 탈린을 오간 참가자들의 평화 걷기 역시 같은 질문을 남겼다.
평화를 말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한 걸음을 내딛고, 다른 사람과 함께 걸을 때 평화는 비로소 삶 속의 실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