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국가 미얀마서 軍이 불교사찰 폭격…명상 수행자 14명 사망

사진=The Irrawaddy 페이스북

대표적인 불교국가 미얀마에서 군이 안거 기간 명상 수행이 진행 중이던 불교사찰을 공습해 최소 14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군은 21일(현지시간) 오전 9시께 중부 사가잉(Sagaing) 지역 먀웅(Myaung) 타운십 스웰 레 오(Swel Le Oh) 마을의 불교사찰 일대를 공습했다.

먀웅 타운십 시민방위·보안기구(CDSOM) 대변인 느웨 우(Nway Oo)는 전투기가 사찰 경내에 폭탄을 투하해 여성 3명을 포함한 14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신변 안전을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현지 주민도 AP에 사망자가 14명이라고 확인했다. 이 주민은 당시 전투기가 잇따라 폭탄을 투하했으며, 사찰 인근 건물도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특히 공격 당시 이곳에서는 불교 안거 기간을 맞아 1주일 일정의 명상 수행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었다.

현지 주민에 따르면 100명이 넘는 수행 참가자가 사찰과 인근 시설에 모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격 이후 주민들은 추가 공습을 우려해 인근 지역으로 피신했다.

AP가 공개한 현장 사진에는 사찰 건물 주변에 잔해가 널려 있고, 염주와 의약품, 명상용 방석 등 수행자들이 사용한 물품들이 흩어진 모습이 담겼다.

정확한 희생자 규모와 신원은 현지 보도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AP는 현지 반군 측 관계자와 주민의 증언을 토대로 사망자를 14명으로 집계했다. 반면 현지 독립매체 Myanmar Now 영문판은 최대 20명이 숨졌을 가능성이 있으며 희생자 가운데 스님 여러 명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Myanmar Now의 미얀마어판 초기 보도에서는 사망자가 12명으로 집계되는 등 현지에서도 피해 규모가 계속 변하고 있어 스님 희생 여부와 최종 사망자 수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폭탄 투하 횟수 역시 보도에 차이가 있다. AP에 증언한 주민은 15분 간격으로 폭탄 2발이 투하됐다고 밝혔지만, 현지 매체 LuduNwayOo는 전투기가 4발을 투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정확한 공격 횟수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미얀마군은 이번 사찰 공습과 관련해 즉각적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미얀마 군 당국은 그동안 공습과 관련해 무장 저항세력의 군사적 목표만을 겨냥하고 있으며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미얀마 외교부도 최근 유엔 조사 결과를 반박하며 제한적인 공습과 대테러 작전은 군사 목표물을 대상으로 교전수칙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교사찰을 비롯한 종교시설이 공습에 노출되는 사례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2월 5일에도 사가잉 지역 타제(Taze) 타운십의 한 불교사찰이 공습을 받아 사미승을 포함한 5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고 Myanmar Now가 보도했다. 같은 달 사가잉의 다른 지역에서는 피란민들이 머물던 사찰이 파라모터 공격을 받아 민간인 2명이 숨지기도 했다.

미얀마 최대 불교 명절인 띤잔(Thingyan) 기간에도 사찰 피해가 이어졌다. Myanmar Now는 지난 4월 사가잉 지역 사찰들을 겨냥한 공습으로 스님 3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유엔도 미얀마군의 종교시설 공습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유엔 산하 미얀마독립조사기구(IIMM)는 8월 11일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미얀마군이 민간인과 민간시설에 대한 공습을 확대하고 있으며, 마을과 학교, 의료시설뿐 아니라 종교·문화시설과 국내 실향민 수용시설을 의도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공격 패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IIMM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이후 미얀마 전역의 다양한 종교시설을 겨냥한 공습은 600건을 넘어섰다. 한 차례 공격으로 여러 종교시설이 동시에 파괴되거나 훼손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얀마군이 전투기 이외의 저비용 비행수단을 공습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IIMM은 파라모터와 자이로콥터, 무인기 등을 이용한 저고도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사가잉에서는 일부 파라모터 조종사가 목표물에 접근하면서 엔진을 의도적으로 꺼 소리를 줄인 채 활공한 사례도 조사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지상에 있는 주민들이 공격을 알아차리고 피신할 시간을 크게 줄인다고 IIMM은 지적했다.

사가잉 지역은 2021년 군부의 쿠데타 이후 미얀마군에 맞선 무장 저항이 가장 활발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미얀마군은 지상에서 저항세력을 제압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군력을 통한 공격을 확대해왔다.

안거 수행을 위해 대중이 모여 있던 사찰에서 다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내전 속 사찰과 승가, 수행자 등 종교 공동체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