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침묵 깬 '선방사 탑지석'…경주박물관, 신라 불교 유물 103점 전면 공개

선방사 탑지석. 사진=국립경주박물관

신라 호국불교의 중심지였던 서라벌의 숨결이 100년 만에 실물을 드러낸 '선방사 탑지석'을 통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23일 국립경주박물관에 따르면, 신라미술관 불교조각실과 불교사원실에서 그동안 수장고에 보관해 온 '선방사 탑지석'과 황룡사지 출토품 등 총 103점의 유물을 새롭게 공개하고, 보다 풍부해진 전시를 선보인다.

단연 눈길을 끄는 성보는 100년 만에 기나긴 잠에서 깨어난 '선방사 탑지석'이다. 경주 남산 선방곡에 위치했던 선방사의 터 인근에서 1926년 수습된 이 지석은 그간 학계에 탁본과 문자로만 전해져 오다 이번 개편을 통해 처음으로 사부대중 앞에 온전한 실물을 드러냈다.

사면(四面)에 걸쳐 총 60자의 명문이 선명하게 새겨진 이 지석은, 879년(헌강왕 5년) 선방사의 탑을 수리하며 사리 23과와 금·은 공양물을 봉안한 내력을 상세히 전한다.

이는 단순한 건축 수리 기록이 아니라, 탑을 세우고 보수함으로써 국태민안(國泰民安)과 일체중생의 해탈을 발원했던 9세기 신라인들의 투철한 '조탑(造塔) 신앙'과 엄숙한 사리장엄 의례를 증명하는 귀중한 법보(法寶)다.

불교사원실 내 황룡사지 구역에는 건물 터와 회랑 등에서 발굴된 불교 공예품과 사찰 생활용구 93점이 새롭게 사부대중과 만난다.

1976년 첫 삽을 뜬 이후 올해로 '발굴 50주년'을 맞이해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른 이 유물들은, 사찰의 어둠을 밝히던 소박한 등잔부터 미니어처 변기, 명문이 새겨진 도자기 등으로 웅장한 불교 의례 이면에 존재했던 신라 승가(僧伽)의 치열하고 생생한 일상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오는 5월 20일부터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에서 열리는 유럽 최초의 대규모 단독 전시 '신라: 황금과 신성성' 특별전을 앞두고 이뤄진 상설전 개편이라는 점에서, 신라 불교의 세계적 위상을 재확인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불법(佛法)을 향한 신라인들의 굳건한 원력이 깃든 유물들이 수장고의 어둠을 걷어내고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 앞에 나선 '말 없는 설법자'들이 전하는 진리의 메아리에 조용히 귀 기울여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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