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법과 전법을 실천한 법현, 현장, 의정, 혜초의 삶 - 법현 법사 편<1>
오늘날 한국불교는 여러 변화와 도전 속에서 중요한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불교의 본래 정신을 어떻게 계승하고, 시대와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인가를 깊이 성찰해야 하는 때이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는 진리를 찾아 먼 길을 떠나고, 깨달음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하고자 했던 옛 구법승들의 발자취를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법현, 현장, 의정, 혜초 스님은 각기 다른 시대와 환경 속에서 불법을 향한 굳은 신심과 구도의 열정으로 길을 나섰던 위대한 구법승들이다. 그들은 안락한 삶에 머물지 않고 험난한 여정을 감내하며 참된 가르침을 찾아 나섰고, 자신이 얻은 지혜와 경험을 다시 세상에 전함으로써 불교의 지평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법현 스님은 인도와 서역으로 향하여 불교의 참된 가르침을 구하고 이를 전하려 노력한 구법승으로, 초기 불교 교류의 길을 연 인물이다. 현장 스님은 목숨을 건 서역 순례를 통해 수많은 불경을 구해 오고, 이를 번역하여 동아시아 불교 발전에 큰 영향을 남겼다. 의정 스님 또한 인도를 직접 방문하여 불교 수행과 계율의 모습을 살피고 귀국 후 그 경험을 전하여 불교문화의 발전에 힘을 보탰다. 혜초 스님은 신라의 승려로서 천축을 순례하고 《왕오천축국전》을 남겨 당시 인도와 서역의 모습을 후대에 전한 뛰어난 기록자였다.
이 네 분의 삶은 단순한 여행이나 학문적 탐구가 아니라, 진리를 향한 간절한 구도의 길이었으며 동시에 중생에게 지혜와 희망을 전하려는 전법의 길이었다. 그들의 발걸음에는 시대의 어려움을 넘어 불법을 지키고 널리 펼치고자 하는 큰 원력이 담겨 있다.
오늘 한국불교가 변화의 요구 앞에 선 이때, 우리는 네 분 구법승의 정신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진리를 향한 끊임없는 노력, 열린 마음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자세, 그리고 얻은 가르침을 함께 나누려는 전법의 실천이야말로 한국불교가 새롭게 나아갈 길을 밝히는 소중한 등불이 될 것이다.
법현·현장·의정·혜초의 삶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수행하며, 어떻게 불법을 세상에 전할 것인가?” 그들의 구법 정신을 오늘의 시대에 다시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한국불교의 미래를 열어가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 법현 법사의 발걸음, 불법을 찾아 나선 구도의 길
법현스님은 중국의 불교 승려이자 번역가로, 불교 경전을 구하기 위해 중국에서 인도까지 걸어서 여행한 구법승이다. 그는 399년부터 412년까지 중앙아시아, 인도 아대륙, 동남아시아의 불교 성지를 순례하며 불교 경전을 수집하였다. 그의 여행 기록은 《불국기(佛國記》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으며, 당시 여러 나라의 불교 모습과 지리, 문화를 전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399년 법현은 아홉 명의 동료와 함께 성스러운 불교 경전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였다. 그는 5세기 초 인도를 방문했으며, 얼어붙은 사막과 험준한 산길을 넘어 중국에서 인도까지 걸어서 이동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서북쪽 경로를 통해 인도에 들어가 마가다 지역의 수도인 파탈리푸트라(Pataliputra, 현 파트나)에 도착하였다. 그곳에서 불교 경전과 불교적으로 성스러운 불상 등을 수집하여 중국으로 가져왔다. 법현이 파탈리푸트라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쇠퇴한 도시의 흔적도 목격하였다.
법현의 인도 방문은 굽타 왕조의 찬드라굽타 2세(Chandragupta II) 치세에 이루어졌다. 그는 또한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지인 룸비니(Lumbini, 현재 네팔)를 순례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그의 기록에는 굽타 왕조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법현은 스리랑카에 관해 기록하면서 그곳의 원래 거주자가 악귀와 용이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도 전하였다.
중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법현은 스리랑카(옛 실론)에서 약 2년간 머문 뒤 배를 타고 귀국하였다. 그러나 거센 폭풍으로 배가 항로를 잃고 한 섬에 표류하게 되었는데, 그곳은 아마도 자바(Java)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그곳에서 약 5개월을 머문 후 다시 배를 타고 중국 남부로 향했으나, 또다시 풍랑을 만나 항로를 벗어나 오늘날 중국 산둥성 라오산(嶗山) 부근, 칭다오에서 동쪽으로 약 30km 떨어진 곳에 도착하였다. 이후 그는 여생을 자신이 가져온 불경을 번역하고 정리하는 데 바쳤다.
법현스님은 자신의 여행 경험을 기록한 저서를 남겼으며, 이 책에는 5세기 초 실크로드 주변 여러 나라의 지리와 역사, 초기 불교의 모습이 자세히 담겨 있다. 그는 탁실라(Taxila), 파탈리푸트라(Pataliputra), 마투라(Mathura), 카나우지(Kannauj)와 같은 주요 도시들에 대해서도 기록하였다. 또한 중인도 사람들이 중국인과 비슷한 음식을 먹고 옷을 입는다는 내용도 남겼다. 그는 파탈리푸트라를 매우 번영한 도시라고 묘사하였다.
법현은 412년 중국으로 돌아와 현재의 난징(南京)에 정착하였다. 414년 그는 《불국기(佛國記)》를 저술하거나 구술하여 완성하였다. 이후 약 10년 동안 인도에서 가져온 불교 경전을 번역하는 일에 전념하였으며, 422년경 원적에 들어 세상을 떠났다.
법현의 구법 행적은 단순한 여행 기록을 넘어, 동아시아 불교가 인도 불교와 직접 연결되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였다. 그는 목숨을 건 순례를 통해 진리를 찾고, 얻은 가르침을 세상에 전한 대표적인 구법승으로 평가받는다.
글·사진=보검스님 ㅣ 세계불교 네트워크 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