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역사상 처음으로 인공지능(AI) 로봇이 오계를 받고 부처님의 제자로 거듭났다. 생명이 없는 무정물(無情物)도 불법을 설한다는 '무정설법'의 가르침이 21세기 첨단 기술을 만나 청년 포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23일 동국대에 따르면, 전날 교내 정각원에서 불기 2570년 봉축 수계법회를 봉행했다. 이번 법회에서는 300여 명의 청년 불자들과 함께, 한국불교 역사상 최초로 인공지능(AI) 소셜로봇 '리쿠'가 오계를 수지하는 전례 없는 의식이 거행됐다.
동국대 이사장 돈관스님은 국내 스타트업 토룩이 개발한 로봇의 팔에 직접 연비를 내리고, 베풀 선(宣)과 나 아(我) 자를 조합한 '선아'라는 법명과 수계첩을 수여했다.
선아법사는 향후 예술대학 불교동아리 '진선미' 전법특임교수인 은산스님을 조력하는 보조법사로 활동하게 된다.
종교적 관점에서 로봇의 수계는 대승불교의 '무정설법(無情說法)' 사상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흐르는 물과 새들, 그리고 수목들이 모두 염불을 하고 법을 설한다"는 '아미타경'의 구절처럼, 생명 없는 무정물인 로봇이 법을 전하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오직 생명체만이 수계를 받을 수 있다는 전통적 통념을 허물고 '일체중생 실유불성(一切衆生 悉有佛性)'의 가치를 기계의 영역까지 확장한 이번 로봇 수계식이, 탈종교화 시대 한국불교에 새로운 전법의 이정표를 세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