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사가 천하의 큰 근본이라는 뜻으로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농업이 외면받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농업 분야의 대가로 유명한 정석조 박사를 만나 우리나라 농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먼저 박사님 본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농업대학을 나와 경북 의성군의회 의원과 다인농협 조합장을 역임했다. 이후 대선캠프에서 농업 분야의 조언자 역할을 했고, 대학교 초빙교수로 강단에도 섰다.

현재 2만평 정도 쌀농사를 짓고 있는데, 앞서 1996년도에 전국 쌀 증산왕에 올라 정부 훈장을 받기도 했다. 쌀농가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한국쌀전업농연합회 창립하는 데에도 참여했다.

우리나라 농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쌀농사의 비중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쌀은 우리의 주곡이다. 따라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급속한 산업화에 밀려 해마다 재배 면적이 점점 줄고 있다.

이는 정부의 탓도 크다. 쌀농사를 전반적으로 줄이고 특화작물 등 위주로 농업정책을 펼치고 있으니 말이다. 쌀농사를 짓는 농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

쌀농사의 중요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최근 예측이 어려운 이상기후로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쌀은 전 세계인의 주요 식량으로, 안정적인 쌀 생산과 공급을 통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쌀은 식량안보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공익적 가치를 지키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벼농사는 대기정화, 수자원 함양, 홍수⸱토양 유실방지, 폐기물 분해 등 환경보전 기능이 탁월하다.

또한 쌀은 오랜 시간 동안 전해 내려온 우리 식문화의 근본으로, 농촌경제의 중심적인 역할을 해 온 작물로 식량안보와 자연환경보전의 상징적인 농업 활동이라 본다.

쌀농사뿐만 아니라 농업 분야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타산업에 비해 위축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맞는 말이다. 그 주요 원인을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에서 찾을 수 있다.

2020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업인구는 1960년 1,424만 명에서 2019년 224만 명으로 무려 84.3%나 줄었다.

반면, 농업인구의 고령화는 지난 14년간 16%에서 50%로 크게 심화됐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농업 붕괴’라는 재앙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농업 붕괴’를 막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언급되고 있는데 무엇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의 ‘노동집약형’에서 ‘고소득형’으로 농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쌀농사 같은 경우 직파농법이 보편화되어야 한다.

또 농업 전반에 걸쳐 ‘스마트농업’이 빠르게 구축되어야 한다.

직파농법이란 어떤 농법입니까? 또 어떤 이점이 있습니까?

직파농법이란 말 그대로 씨앗을 못자리에서 키우지 않고 직접 농지에 파종해 재배하는 농법이다.

매우 오래된 안정적인 농법임에도 이앙재배에 비해 쌀 수량이 낮고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으로 그간 소외돼 왔다.

하지만 최근 수입 쌀과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자급률을 높이고, 수출까지도 확대하기 위한 생산비 절감 기술로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직파농법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앙재배 대비 노동시간 35% 단축, 생산비 8% 절감, 순수익률 5.8%P 상승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농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스마트농업은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기술(BT), 녹색기술(GT) 등 첨단기술이 융합된 형태의 농업이다.

그 핵심은 생산물의 품질과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인데, 바꿔 말하면 혼자서도 영농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농경지, 인력, 생산 비중 등의 감소로 어려움에 빠져 있는 국내 농업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스마트농업의 사례를 든다면 어떤 게 있겠습니까?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인공지능(AI)형 자동화 궤도비행 드론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드론을 사용하면 이앙기처럼 8줄로 2m 높이에서 못자리 없이 혼자서도 대규모(1㏊/10분) 면적에 고르고 정밀하게 모내기를 할 수 있다. ‘날아다니는 이앙기’인 셈이다.

벼 병해충 방제작업은 이미 드론이 대세다. 드론으로 제초제·비료도 살포할 수 있다. 특히 잡초·병해충 방제작업은 시간이 중요하다. 드론을 이용하면 대규모 면적에 대한 방제를 감당할 수 있다.

농업인구의 신규 유입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요즘 귀농을 선택하는 도시민들이 많은데 이것이 농업인구를 늘리는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농업을 쉽게 생각하는데 경향이 있는데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성실·근면은 기본 덕목이고, 기술이 없으면 안 된다.

그런 이유로 귀농하는 사람들의 90%가 실패한다. 내가 사는 지역만 하더라도 귀농했다가 빚만 지고 다시 도시로 떠난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농사기술을 가르친 후 귀농을 시킨다면 정착율이 높아질 수 있겠습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게 바로 그것이다. 현재 지자체별로 특작반 등을 운영하면서 귀농인들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정부 차원에서 귀농 지원자를 모집해 사전에 대학이나 교육원 등에서 교육을 받게끔 하고, 자격을 취득한 경우에만 지원을 해주는 등 까다롭게 ‘귀농 프로그램’이 운영되어야 한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어떤 게 있겠습니까?

농업인에게 월급을 주는 방안이 있다. 연령이나 규모 등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매달 300만 원 정도를 모든 농업인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농가는 올곧이 농업에 전념할 수 있고, 이는 농산물 품질 향상을 통한 농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청년들을 농촌으로 불러모으는 효과도 있어 작금의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농업인 월급제’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무엇이 다릅니까?

2013년 경기도 화성시가 전국 최초로 농업인 월급제를 도입했고,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이 제도는 농협과 지자체가 약정해 농업인들에게 매달 출하 품목의 예상 소득 중 60%를 월별로 나눠 농협 자체 예산으로 농협인들에게 선지급하는 방식이다.

즉, 수확기에 얻게 될 미래소득을 미리 월급처럼 지급받는 것으로 사실상 ‘저금리 대출’이라고 할 수 있다. 수확기 때 농산물 판매대금을 받으면 농업인은 월급으로 받은 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내가 말하는 월급제는 농업인에게 빚을 지우는 게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특별법 형식으로 법률에 규정해 놓고 국가가 농민들에게 월급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되면 형평성 논란이 일지 않겠습니까?

전체 산업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2%에 불과하다. 따라서 새로운 농업인 월급제를 운영하더라도 크게 무리가 없다. 현행 포플리즘식 지원 예산을 이쪽으로 돌리면 될 것이다.

그리고 농업은 국가전략산업이자 안보산업임을 상기한다면 새로운 농업인 월급제가 형평성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담그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농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농협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금의 농협은 그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농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의 농협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청년 농업인 육성, 스마트팜 및 융·복합 첨단 농업 구축 지원, 금융·컨설팅 지원, 온·오프라인 판로 지원 등 농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으니 말이다.

농민의 입장에서 농협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농업의 발전과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에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농민들은 농협을 상당히 의존하고 신뢰한다. 따라서 농협은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더욱 노력해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농업은 나라의 근간이다. 건물을 지을 때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 농업이 흔들리면 나라의 미래도 없다. 따라서 당장을 모면하기 위한 근시안적인 정책이 아닌 백년대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