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네팔 카투만두 공항에 도착한 원로 스님들이 환영인사를 받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원명 대종사, 석능인 대승통, 성법 스님, 곡담 스님. 사진=wbm-tv


부처님의 탄생지 네팔 룸비니에 한국불교의 수행 가풍을 잇고 성지순례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 교계 원로들이 장도(長途)에 올랐다.

세계불교교황청장 석능인 대승통을 필두로 대한불교조계종 보명사 회주 원명 대종사, 약불원암 주지 곡담 스님, 성법 스님 등 원로 4인은 지난 10일 오후 2시 항공편을 통해 네팔로 출국했다.

이번 여정은 짧은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룸비니 현지의 '세계불교교황청 퀸마하라니 사찰'을 중심으로 향후 10년간의 운영 청사진을 확정 짓는 중차대한 불사(佛事)의 시작점이다.

이번 방문의 핵심은 '수행'과 '개발'이라는 두 수레바퀴를 동시에 굴리는 데 있다.

방문단은 룸비니 도착 직후 퀸마하라니 사찰로 이동, 도량을 옹호하고 불법을 수호하는 '산신점안법회(山神點眼法會)'와 '대승정수여식(大乘正受與式)'에 증명단으로 동참한다.

낯선 이국땅 룸비니에 한국 전통의 신앙 의례를 여법하게 봉행함으로써, 퀸마하라니 사찰이 단순한 건물이 아닌 기도와 정진이 살아 숨 쉬는 청정 도량임을 만방에 선포하는 의식이다.

특히 교계의 이목이 쏠리는 대목은 실무적인 '성지 개발 리모델링 점검'이다.

방문단은 이번 체류 기간 동안 향후 10년간 사찰 운영의 중추가 될 주요 시설의 리모델링 설계 현장을 꼼꼼히 살핀다.

점검 대상은 사찰 내 위치한 호텔 객실(Room)을 비롯해 스카이 라운지, 한국 레스토랑 등으로,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 순례객들에게 최상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의 탈바꿈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당장 내년 3월로 예정된 대규모 '네팔·인도 성지순례'를 겨냥한 선제적 포석이다.

세계불교교황청은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퀸마하라니 호텔을 4성급 수준의 고품격 숙소로 격상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열악한 현지 사정으로 인해 성지순례에 어려움을 겪었던 불자들은 내년 3월부터 쾌적한 객실과 입맛에 맞는 한식, 그리고 룸비니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스카이 라운지에서 여독을 풀며 오롯이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석능인 대승통은 출국에 앞서 "룸비니는 기원전 563년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역사적 현장이자 인류의 유산"이라며 "이번 방문은 퀸마하라니 사찰이 향후 10년간 한국불교와 세계 불교를 잇는 가교로서 어떻게 기능할지, 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점검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흙먼지 날리는 룸비니 벌판에 한국불교의 원력을 심어온 원로 스님들의 이번 발걸음이, 내년 3월 성지순례를 준비하는 사부대중에게 어떤 환희심으로 다가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