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장수한의원. 일견 침과 뜸으로 치료하는 여타 한의원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 번 내원하면 반드시 단골이 될 만큼 중독성(?) 강하기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몸의 치료뿐 아니라 정신적 치유가 이뤄지기 힐링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한의원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데, 역사가 어떻게 됩니까?

한의원 문을 연 지는 어느덧 39년이 됐네요.

혹시 집안이 한의사 가문입니까?

원래부터는 한의사 가문은 아니었지만 당대에 집안에서 나를 포함해 조카 4명 등 총 5명의 한의사가 활동하고 있으니, 한의사 가문이라고 해도 무리는 없겠네요.

내가 롤모델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힘든 한의사의 길을 권하지 않았음에도 조카 4명이 자발적으로 한의사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원래 한의사가 꿈이셨습니까?

고향이 대구와 지근거리에 있는 고령인데, 시골 출신이다 보니 어려서부터 특별히 원대한 꿈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나마 어린 마음에 막연히 육군사관학교를 가고 싶은 생각은 있었습니다.

그럼 어떤 이유로 한의사가 되신 겁니까?

원래 성격은 내성적인 편인데 때에 따라 불같이 타오르는 성격입니다. 특히 혁신적인 일을 접할 때면 그런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데, 한의학을 접하면서 바로 이거다 싶어 꽂혔고, 이를 계기로 한의사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그런 성격은 나이를 먹고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이 마흔에 건축 일을 하고 싶어 한의원을 잠정적으로 그만두고 편입해 공부했고, 대구시 문화관광해설사로도 활동했습니다.

최근에는 문화재관리과를 졸업하고 전시회를 수차례 여는 한편, 고미술협회 감사를 맡기도 했습니다.

한의사로서의 철학도 남다르실 듯한데?

35년간 의료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의학이 질병을 100% 막아주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큰 병을 잘 치료하는 ‘명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병이 찾아오기 전에 미리 예방해주는 의료인이 ‘명의’라는 게 내 신조입니다. 그래서 예방의료 쪽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예방의료를 강조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을 하고 계십니까?

건강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덕목은 정신건강이고, 그다음이 육체적인 건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의원을 찾는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면서 식단이나 습관 등 생활 속 건강에 대한 조언과 처방을 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운동을 생활화하도록 권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산행이나 등산, 마라톤 등을 환자들과 함께하면서 동기부여를 하고 있습니다.

한번은 틱 장애가 심한 30대 환자를 치료한 적이 있었는데, 일본을 좋아한다기에 동행해서 2주 동안 일본을 관광하고 돌아왔습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대학 때부터 먹고 살기 위한 호구지책으로써 의료행위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 의료를 업으로 하면서 많은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예방의료는 나와 궁합이 꼭 맞는 분야라 하겠네요.

돈보다는 의료인의 사명에 충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만?

좋게 봐주면 그런 뜻이긴 한데, 너무 거창한 해석입니다. 그저 한의사로서 내 역할을 다하고자 할 따름입니다.

그럼 무료진료도 많이 하시겠습니다?

지금도 형편이 닫는 대로 무료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올해가 한의원 개원 39주년인데, 이벤트처럼 39세 이하의 환자에게는 무료로 진료해주고 있습니다.

내년은 40주년이니, 무료진료 대상을 40세로 확대할 계획인데, 이런 방식으로 매년 무료진료 대상의 나이를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한의원 운영에 어려움은 없습니까?

그런 질문을 자주 받곤 합니다. 무료진료를 많이 하다 보니 지레짐작으로 어렵고 힘들 거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해보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의료인이 무료진료에 나서주길 바랍니다.

한의원을 들어서다 보니 뜸에 관한 내용이 많이 보이던데?

뜸 치료를 많이 합니다. 병원이 그렇게 많아도 근골격계 관절질환들을 완전하게 치료하는 곳은 그리 흔치 않은데, 뜸 치료를 통해 완치는 아니더라도 치료 효과가 평균 수준을 넘어선다고 자부합니다.

뜸은 어떤 원리입니까?

침과 같은 원리입니다. 행혈시키고 진통시키고 소염시키는데, 원상복원 능력이 굉장히 강합니다. 특히 임파계를 복원하는 능력이 어떤 치료보다 강력합니다.

뜸은 지속성이 강하고 효율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침은 병을 치료함에 있어 70%~80%의 효율을 보인다면, 뜸은 90~95%를 치료합니다.

물론, 뜸이 침보다 나은 치료법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침과 뜸은 각각의 치료마다 효율은 다릅니다.

뜸 치료가 좀 더 잘 듣는 질환이 있습니까?

관절질환을 꼽을 수 있습니다. 현대 의학이 완전하게 치료하지 못하는 부분이 관절질환 쪽에 많은데, 뜸 치료를 받고 나면 질환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지낼 정도는 됩니다.

뜸 치료는 표가 잘 나지 않고, 한번 뜨면 부위가 아무는데 대략 석 달 정도 소요됩니다.

뜸 치료 후기도 많을 텐데, 대략 몇 가지 사례를 말한다면?

골프를 못 칠 정도로 어깨를 쓰지 못했던 한 환자의 경우 뜸 치료 후 골프를 다시 치기 시작했습니다.

또 마라톤 선수의 경우 척추나 발목이 불편하면 어려움이 많은데, 뜸 치료를 통해 기록 경신에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유명 개그맨 신모씨의 경우 우리 한의원에서 뜸을 뜬 후 몸이 개운해졌다고 연락을 해오기도 했습니다.

외지에서 내원하는 환자도 많겠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많이들 찾아옵니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개중에는 병원에서 포기한 환자도 있습니다.

한의원 운영의 지향점은 무엇입니까?

사랑방 같은 한의원입니다. 누구나 방문해 환담을 나누고 치유와 힐링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62년 쥐띠인데, 이를 특화시켜 쥐띠라면 누구나 쉬었다 갈 수 있고 무료진료도 받을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향후 목표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한방 무병 장수촌을 만드는 것입니다. 네 명의 조카들과 나를 포함하면 5명의 한의사가 있으니 가능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장수촌을 만들게 되면 필요 없는 소비를 줄일 수 있고, 이렇게 마련된 기회비용으로 고급화되고 건강한 삶을 추구하자는 취지입니다. 아직은 자료를 모아보고 생각하고 있는 단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