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로 지정 예고됐던 고려시대 불교 경전이 국가유산청의 심의 과정에서 원출처 등이 불확실해 보물 지정 문턱에서 탈락했다.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는 지난달 보물로 지정 예고됐던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59’의 보물 지정 여부를 심의한 결과 안건을 최종 부결했다고 밝혔다.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59’는 11세기에 판각한 것으로 추정되며, 중국 당나라 승려인 실차난타가 불교 경전인 화엄경을 한역한 80권 본 중 일부로, 각 장은 23행 14자로 이뤄져 있다.
국가유산청이 운영하는 국가유산포털을 보면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 주본’이라는 명칭으로 현재 국보 6건, 보물 3건이 지정돼 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보물 지정 예고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11세기에 판각한 이후 팔공산 부인사에 소장돼 있다가 1232년 몽골 침략 때 불타버린 초조대장경을 찍은 인출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발견된 유일본”이라며 “희소성과 함께 서지학, 고려 목판 인쇄 문화 측면에서도 학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유물의 원출처와 취득 경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제동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유산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소장자 측에 해당 유물이 원래 어디에 있었는지, 또 어떻게 취득하게 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총 3차례에 걸쳐 서류가 제출됐으나, 국가유산청은 증빙 서류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해 거듭 자료를 요청했고 전문가 자문 회의도 열었다.
수개월간의 논의 끝에 동산문화유산 분과위원회는 소위원회를 거쳐 “제출된 서류의 선후 관계가 맞지 않는 등 취득 관련 서류가 완전하지 않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계약서나 입금증 등 이전 소장자가 해당 문화유산을 매입한 사실을 입증하는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016년 보물이 된 ‘대명률’의 경우에도, 신청자가 밝힌 문화유산의 출처가 허위로 판명됨에 따라 국가유산 사상 처음으로 지정 취소 처분이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