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불교교황청장 석능인 대승통(오른쪽)과 보검 스님
지난 6월 24일 세계불교교황청장이신 석능인 대승통의 초청으로 특강 시간을 가졌다. 이날 ‘세계불교 동향과 전망-경전어로 본 3대 패밀리 불교 전통과 경쟁력’이란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다음은 강연의 주요 내용이다.
세계불교는 상좌부(上座部) 대승(大乘) 금강승(金剛乘) 전통을 배경으로 한 3대 패밀리 불교가 분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테라와다(Theravada·상좌부)는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스리랑카, 인도, 방글라데시, 베트남 일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네팔, 중국 운남성에 분포하고 있다.
마하야나(Mahayana·대승)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지이다.
바즈라야나(Vajrayana·금강승)는 티베트, 몽골(외몽골, 내몽골), 중국, 부탄, 시킴, 라닥, 칼믹, 브럇트 공화국과 투바 등 러시아권이다.
종래에는 세계불교를 대체로 지리적 개념으로 남방불교와 북방불교 구별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불교 경전어(經典語)의 관점에서 세계불교를 일별해 보고 싶다.
불교 경전어(經典語)는 빨리어, 산스크리트어, 한문, 티베트어 등이다. 몽골어와 만주어가 준 경전어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경전(經典: religious texts, religious scripture)은 종교의 믿음 또는 교리의 근간을 이루는 문서이다. 기독교의 성경, 불교의 불경 등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1)변하지 않는 법식(法式)과 도리 (2)성현이 지은, 또는 성현의 말이나 행실을 적은 책 (3)종교의 교리를 적은 책’이라 풀이하고 있다.
각 종교 내에서 이러한 경전은 지침, 지혜 및 신성한 계시의 권위 있는 원천으로 존경받는다. 이것들은 종종 추종자들이 옹호하려고 노력하는 핵심 교리와 원칙을 대표하는 신성한 것으로 간주된다.
한자 문화권에서 경전은 흔히 변치 않는 도리를 담은 책, 또는 성현의 말씀과 행실을 적은 책을 의미하였다.
유교의 논어, 맹자 등은 주로 공자, 맹자의 언행을 기록하고 있으며 서경, 시경, 주역 등은 변치 않는 도리를 담았다고 여겨진다.
불교에서 경(經)은 부처의 언행을 기록한 것을 뜻한다.
사서삼경은 유교의 경전이며, 불경은 불교의 경전이다. 타나크는 유대교의 경전이며, 꾸란은 이슬람의 경전이다. 성경은 기독교의 경전으로, 책을 뜻하는 헬라어 Biblion을 번역한 말이다. 성경은 다시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으로 나뉜다.
몰몬경은 기독교 종교인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의 경전 중의 하나이다. 이스라엘에서 몇몇 백성들이 미대륙으로 이주하여 흥망성쇠를 이룬 역사와 선지자들의 기록이다. 베다는 힌두교의 경전이다.
보검 스님의 특강이 끝나고 세계불교교황청 간부 스님들과의 기념촬영
각 종교의 경전에 대해서는 정경(正經)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이런 각 종교의 경전이 어떤 언어로 기록되었느냐에 따라서 각 종교의 경전어(經典語)가 된다.
다른 종교의 경전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언급하기로 하고 불교 경전어에 대해서 살펴 보기로 하자.
불교 경전어는 빨리어, 산스크리트어, 한문, 티베트어 등이다. 몽골어와 만주어가 준 경전어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빨리어((Pāli)는 인도 아리아어군의 프라크리트어에 속하는 언어이다. 빨리어는 성전어(聖典語)라는 뜻이다.
불교의 창시자인 붓다의 설법이 빨리어로 구전되다가 기록되어서, 불교 연구에 매우 중요한 언어일 뿐만 아니라, 상좌부 불교에서는 현재에도 실제 종교 활동에 사용하는 주된 언어이다.
빨리어는 고유 문자가 없기 때문에 시대와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문자로 기록되었다. 상좌부 불교 전파에 따라 싱할라어, 태국어, 라오어, 버마어, 크메르어 등으로 기록되었으며, 근대에는 서구에서 로마자로 표기하였다.
이 중 가장 오래된 싱할라어 사본들을 우선시하며, 학술연구에는 로마자 표기를 많이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사어화(死語化)된 언어이지만, 불교 승려들 사이에서 종교적으로 사용되며, 현대 문명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도 번역되고 있다.
빨리어가 현재까지 사용되고 프라크리트어 중에서도 풍부한 자료가 남은 것은 불교 경전이
빨리어로 기록되어있기 때문이다.
붓다가 빨리어로 설법을 한 것이 그대로 남은 것으로 간주하지만, 기원전 3세기경 현재의 스리랑카에 불교가 전해져 싱할라어로 기록하기 이전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
그래서 빨리어의 기원에 대한 여러 가지 설 들이 나왔으며, 마찬가지로 붓다가 어떤 말로 설법을 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불교 경전은 이후 부파불교 시대를 지나며 빨리어 이외의 다른 언어로도 기록되었다. 프라크리트어로 쓰여진 <담마빠다>와 산스크리트어로 쓰여진 <마하바스투(Mahāvastu, 大事)>가 남아있다.
테라와다(Theravada·상좌부)는 빨리어가 경전어이다. 그러므로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스리랑카, 인도, 방글라데시, 베트남 일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네팔, 중국 운남성에 있는 상좌부 비구들은 빨리어로 된 띠삐따까(三藏)를 학습한다.
마하야나(대승)의 경전어는 산스크리트어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산스크리트어로 된 불교경전은 멸실되고 없다. 거의 대부분의 산스크리트어의 대승 경전은 한문으로 한역(漢譯) 되었다. 산스크리트어는 베다 산스크리트어와 불교 산스크리트어로 구별하여 인식해야 한다.
빨리어 어휘의 상당수가 베다 산스크리트어에서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전통적인 관점이고, 베다 산스크리트어와 공통 조어(祖語)에서 유래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반대로 변화가 없는 어휘의 경우 빨리어 쪽의 조어가 산스크리트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할 수도 있다.
이러한 베다 산스크리트어와의 유사성 때문에, 빨리어가 고전 산스크리트어보다 이른 시기에 성립된 것으로 보며, 프라크리트어 중에서도 고층(古層)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한다.
전통적으로 빨리어 학습은 산스크리트어 학습과 분리되어 있었지만, 현대의 학습자나 연구자들은 산스크리트어와의 관련지어서 학습하고 의미를 추론하는 경우가 많다.
빨리어는 고유의 문자가 없기 때문에, 산스크리트어의 문자로도 기록되었다. 특히 후대에 빨리어 불교 경전이 산스크리트어로 번역되면서 같은 어휘가 매우 많아졌다. 그래서 불교 용어에서는 빨리어와 산스크리트어가 혼용되기도 한다.
지역적 특성상 빨리어의 산스크리트어 표기는 매우 빈번하게 이루어졌으며, 두 언어의 음가는 거의 일대일 대응하는 것으로 취급된다.
현재에도 빨리어 표기에 산스크리트어 문자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으며, 한역(漢譯) 불경은 산스크리트어판을 저본으로 한 것이 많아 산스크리트어와 빨리어를 함께 연구하기도 한다.
이후 반대로 불교 산스크리트어의 특성이 빨리어에 유입되기도 한다.
마하야나(Mahayana·대승)는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지이다.
본래는 산스크리트어가 대승의 경전어이지만, 지금은 한문(漢文)이 대승불교의 경전어가 된다. 그러므로 한문(불교 한문)을 학습해야 대승경전을 해독할 수가 있다.
세계불교교황청장 석능인 대승통(오른쪽)과 보검스님이
구봉산 각황사 대웅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불교는 동아시아의 대승불교에 속하기 때문에 한문을 학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바즈라야나(Vajrayana·금강승)는 티베트, 몽골(외몽골 내몽골), 중국, 부탄, 시킴, 라닥, 칼믹, 브럇트 공화국과 투바 등 러시아권이다.
금강승 불교인 바즈리야의 경전은 처음부터 산스크리트어에서 티베트어로 번역되었다. 그러므로 티베트어는 바즈라야나(금강승)의 경전어가 된 것이다.
이상에서 일별한 바와 같이 동아시아 불교권인 한국불교는 불교 한문을 당연히 학습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불교의 한글화는 필요하다. 한문으로 된 한역 경전을 얼마만큼 정확하게 한글로 한역(韓譯)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불교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본다.
글·사진 = 보검 스님 ㅣ 세계불교 네트워크 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