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대성사 개원법회 특별 전시에서 (왼쪽부터) 정갤러리 공경현 대표, 대한불교전통조계종 종정 석능인 대승통, 세계불교교황청 내각총리 겸 인연사 주지 인연 스님, 정갤러리 이용웅 이사가 ‘고려 수월관음도’를 관람하며 합장하고 있다.


고려 후기 불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국내 최대 크기의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가 대중 앞에 장엄한 자태를 드러냈다.

대한불교전통조계종(종정 석능인 대승통)은 2일 서울 상계동 대성사에서 개원법회를 봉행했다.

법회 후 이어진 특별 전시에서 정갤러리가 소장한 국보급 문화재인 고려 수월관음도를 비롯한 다수의 문화재를 사부대중에게 공개했다.

이번 전시는 세계불교교황청 내각총리 겸 인연사 주지인 인연 스님의 주선으로 성사됐다.

이날 가장 주목을 받은 작품은 단연 고려 후기 14세기경 제작된 수월관음도였다.

수월관음도는 ‘화엄경’ 입법계품에 등장하는 관음보살의 자비로운 구제 이미지를 바탕으로, 물과 달이라는 상징을 통해 공(空)과 자비의 사상을 시각화한 불화다.

‘수월(水月)’이라는 명칭은 달이 물에 비치는 모습을 통해 법성의 평등성과 공성(空性)을 상징하며, 관음보살이 언제 어디서나 중생에게 다가간다는 뜻을 내포한다.

2일 대성사 개원법회 특별 전시에서 참석자들이 ‘고려 수월관음도’를 관람하고 있다.


공경현 정갤러리 대표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작품은 현존하는 고려 수월관음도 가운데 국내 최대 크기를 자랑하며, 보존 상태 또한 탁월하다.

특히 도상의 정합성과 치밀한 구성이 온전하게 남아 있어 불교미술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이 작품 속 관음보살은 바위 위에 반가좌로 앉아 합장한 동자를 굽어보는 모습으로 묘사됐다.

보관에는 보주문과 화문이 정교하게 새겨졌고, 목걸이·팔장식 등 세밀한 장신구 표현이 신성을 드러낸다.

옷주름은 적색과 청색, 금니의 중첩으로 표현돼 비단의 투명한 질감을 자아내며, 화면 전체에는 은은하면서도 장엄한 색조가 흐른다.

배경의 바위, 파도, 구름, 대나무 등은 신성한 불국토를 상징하며, 정병 위에 솟은 화훼 가지는 청정과 지혜를 더한다.

특히 머리와 몸 뒤에 그려진 두광과 신광은 관음보살의 자비와 영적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일 대성사 개원법회 특별 전시에서 참석자들이 조선 전기(15세기) 불상 ‘금동석가여래좌불상’을 관람하고 있다


공 대표는 “고려시대 불화 약 150여 점 중 수월관음도는 40여 점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상당수가 일본·미국·유럽 등에 흩어져 있다”며 “국내에서 전래된 예는 손에 꼽을 정도로 희소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 대표는 “이번에 공개된 작품은 전형적인 양식을 따르면서도 정교한 구도와 세부 묘사, 탁월한 채색 기법을 보여주는 수작으로, 고려 불교 미학과 신앙 세계를 집대성한 회화사적 결정체로 평가된다”며 “고려 후기의 종교적·예술적 정수를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