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부랴트 공화국 울란우데 외곽에 위치한 이볼긴스키 닷산 사원은 러시아 불교의 총본산으로, 지금은 전 세계 불자들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등신불’로 불리는 도르죠 이티겔로프 라마(1852~1927)의 불가사의한 모습 때문이다.

미라로 분장하기 전 나신의 모습


이티겔로프 스님은 러시아 불교 제12대 판디토 함보라마(종정)로서 1927년 열반에 들며 제자들에게 “내가 입적하면 땅에 묻고 30년 뒤 열어보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는 결가부좌로 선정에 든 채 입적했고, 제자들은 그대로 매장했다.

30년 뒤 무덤을 열었을 때 시신은 썩지 않고, 마치 방금 열반에 든 듯 온전한 상태였다. 놀란 제자들은 정부 당국에 보고했고, 당시 크레믈린은 재매장을 지시했다.

그 후 2002년 과학자와 병리학자들이 다시 관을 열어 확인했는데, 피부와 내장조차 훼손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이후 이볼긴스키 닷산 사원에 봉안된 이 등신불은 매일 수백 명의 참배객이 찾는 불교 성지가 되었다.

1945년 총본산으로 지정된 이볼긴스키 닷산은 러시아 불교 전통 승가회 본부이자 교육·의약 전통을 이어가는 중심 사찰이다.

1991년에는 ‘쵸인크롤링 불교대학’을 설립해 현재 약 300명의 라마가 학업과 수행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불교 라마들이 사시 예불을 드리는 장면


러시아 전역에는 61개 사원과 약 800명의 라마가 활동 중이며, 불교 인구는 약 150만 명에 달한다. 부랴트, 칼미크, 투바 공화국을 비롯해 러시아 각지에서 불교가 전승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이 등신불의 신비를 존중하며 러시아 불교 발전을 지원하고, 현 판디토 함보라마와의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 정교가 지배적인 국가에서 불교가 공존하며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오늘날 러시아와 몽골 불자들은 이볼긴스키 닷산의 등신불을 참배하고, 이어 바이칼 호수를 찾는 성지순례 코스를 즐긴다.

여름철이면 수많은 순례객과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 최근에는 중국인 참배객까지 늘어날 것을 예상해 사원 측은 대형 법당을 신축 중이다.

러시아 부랴트공화국 이볼긴스키 닷산 러시아 불교 전통승가회 라마들과 기념촬영


바이칼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깊고, 담수량으로는 지구 민물의 23%를 차지한다.

길이 636km, 폭 90km, 면적 3만1494㎢, 최대 깊이 1637m에 달하는 이 호수는 투명도가 40m에 달해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1,500여 종의 동물과 수백 종의 조류가 서식하며, 이 중 절반 이상이 고유종이다.

특히 여름철 바이칼은 시원하고 청정한 공기 덕분에 한국의 무더위와는 대조적인 청량감을 준다.

넓은 수평선을 바라보면 바닷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깊은 위안과 ‘힐링’을 선사한다.

이볼긴스키 닷산 사원과 바이칼 호수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불교적 기적과 자연의 신비가 만나는 성스러운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매일 이어지는 참배 행렬은 신앙의 힘을 보여주며, 호수의 장엄한 풍경은 사람들에게 평온과 치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부랴트 공화국 쪽의 바이칼 호수

글·사진=보검 스님 ㅣ 세계불교 네트워크 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