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지방선거 경선을 앞두고 불교 신자 수천 명을 집단적으로 입당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비까지 대신 내주며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유도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사실 여부를 떠나, 불교 신도가 정치적 이해관계의 도구로 전락할 뻔한 이 사안은 우리 불교계가 깊이 성찰해야 할 문제를 던져준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연기의 가르침은 모든 존재가 서로 의존하며 살아감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그 연기적 관계가 탐욕과 권력욕으로 오염될 때, 공동체는 고통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종교가 정치의 손아귀에 휘둘리면, 그 자체로 신도들의 신앙적 자유와 순수성이 훼손되고 불교 공동체는 세속의 욕망에 물들 수밖에 없다.
'청정승가'는 불교의 근간이다. 깨끗하고 독립된 수행 공동체 위에서만 불법(佛法)은 빛을 발한다.
하지만 불교 신자들이 경선 표를 모으는 수단으로 조직 동원된다면, 불법은 세속 권력의 하수인처럼 오해받을 위험이 크다.
이는 불교의 청정성을 스스로 잃어버리는 업(業)이며, 장차 불자 사회 전체가 그 과보(果報)를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정치인은 표를 얻기 위해 종교를 이용하려는 유혹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불자는 신행 공동체를 정치의 무대로 오인하지 말아야 한다.
종교와 정치가 섞이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과 신도 모두에게 돌아간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불교계는 더욱 분명히 선언해야 한다. 불교는 어떤 정치세력에도 예속되지 않으며, 불자는 자비와 지혜의 길 위에서 자유로운 양심에 따라 사회에 참여할 뿐이다.
그것이야말로 불교가 지켜야 할 본래의 자리이자, 부처님 법을 훼손하지 않고 세상에 공덕을 베푸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