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마도에 건립된 첫 한국 사찰 ‘황룡사’(주지 보혜 스님)가 개원 1주년을 맞아 ‘비로자나불 개금불사 회향 및 개원 1주년 기념법회’를 봉행했다.

이번 법회는 지난 1년간의 포교 성과를 돌아보고, 대마도에 깃든 한국의 역사와 아픈 흔적을 되새기며 한일 불교교류의 의미를 확장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법회에는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정오 스님, 범어사 재무국장 도은 스님, 부산영산재보존회 성림 스님, 부산시민취타대, 그리고 사부대중이 동참해 자리를 빛냈다.

의식은 △육법공양 △보혜 스님 인사 △내빈소개 △법문 △축사 순으로 진행됐다.

보혜 스님은 인사말에서 “현지의 여러 제약 속에서도 부처님을 모시는 과정이 인연의 힘으로 원만히 이루어졌다”며 “대마도 주민들과 불자들의 따뜻한 마음이 황룡사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어 “사랑과 인연으로 맺어진 이 도량이 자비의 도량으로 더욱 빛나도록 정진하겠다”며
“황룡사가 한일 간 불교문화 교류의 중심 도량으로 성장하길 발원한다”고 말했다.

정오 스님은 “과거의 근심과 미래의 걱정을 모두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 청정한 마음을 내는 것이 부처님을 모시는 참된 공양”이라며 “맑은 마음에서 지혜와 자비의 눈을 뜰 때 황룡사가 금빛 광명의 도량으로 빛날 것”이라고 법음을 설했다.

법회 후에는 대마도 북서쪽 사고만(佐護湾)에 위치한 제주 4·3사건 희생자 공양탑을 찾아 추모다례재를 봉행했다.

참석 대중은 수장된 영령들을 위로하며,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한마음으로 발원했다.

보혜 스님은 “일본인들이 희생자들의 시신을 수습해 위령탑을 세웠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이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는 뜻으로 이번 법회를 봉행했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11일에는 조선 제14대 임금 선조의 딸 이연 왕희(李姸 王姬)를 추모하는 헌다례가 봉행됐다.

왕희는 임진왜란 때 왜장 가토 기요마사에게 납치돼 대마도로 끌려와 생을 마감했다.
정오 스님과 보혜 스님은 왕희의 묘를 참배하며 한일 간 평화와 화합을 기원했다.

정오 스님은 “50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왕희의 넋에 차와 향을 올릴 수 있어 뜻깊다”며
“나라가 있어야 종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황룡사는 기장 청량사 주지이자 (사)향기로운문화동행 이사장인 보혜 스님이 지난 8월 대마도 히타카츠항 인근 이즈미 마을에 창건한 한국 사찰이다.

지난 1년간 15차례의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며 현지 주민과 교류를 이어왔고, 일본 내 한국불교 전법의 거점 도량으로 자리매김했다.

보혜 스님은 “대마도 황룡사가 한일 양국의 우호와 화합을 이어가는 도량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불교와 차 문화를 접목한 템플스테이를 통해 일본인들에게 한국불교의 정신과 문화를 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