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국가인 태국에서 유명 사찰 고위급 승려들의 성(性) 스캔들과 수백억 원대 금품 갈취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전 세계 불교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미스 골프’로 불리는 여성에게 164억 원을 갈취 당한 고승들의 치부가 드러난 사건은 충격적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올해 중반 태국의 30대 여성이 유명 사찰의 주지 스님 등 고위급 승려 최소 9명과 은밀한 관계를 맺고, 이를 빌미로 협박해 거액을 갈취한 혐의로 체포됐다.

해당 여성의 휴대전화에서는 승려들과의 성관계 사진, 영상, 협박 메시지 등 8만 건 이상의 자료가 발견되어 태국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최소 9명의 고위급 승려가 승려직을 박탈당하고 환속(還俗)했으며, 태국 국왕이 직접 일부 승려들의 왕실 직위와 예우 경칭을 박탈하는 칙령을 내릴 정도로 파장이 컸다.

여기에 더해, 2013년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루앙 푸 넨캄 승려의 사건 역시 승려의 기본 계율 훼손을 단적으로 보여준었다.

당시 34세였던 넨캄 승려가 전용기나 고급 차량을 이용하고 명품을 소지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영상이 공개되어 논란이 됐다.

넨캄 승려는 대규모 자금 세탁, 사기, 그리고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혐의까지 더해져 결국 승려 자격을 박탈당하고 해외 도피 중 강제 송환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비단 남의 나라 일만이 아닌, 한국 불교계에도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과 경종을 울리고 있다.

# 청정 승가, ‘막대한 재정 운용’의 투명성 확보가 첫걸음

태국 스캔들의 근본적인 핵심은 막대한 재력과 재정 운용의 불투명성에 있다.

고액 시주금과 사찰 운영 자금이 개인적으로 유용되고, 승려들이 세속적 욕망에 물들면서 일탈이 시작된 것이다.

넨캄 승려의 호화 생활이 상징하듯, 불투명한 자금 흐름은 비위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 불교계는 이 지점에서 교훈을 얻어 재정 투명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사찰 운영에 재가자(在家者)의 참여를 확대하고, 독립적인 외부 회계 감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종단 차원의 ‘클린(Clean) 종단’ 노력이 절실하다.

수행에 전념해야 할 스님이 사찰 운영의 재정 문제까지 맡게 되면 필연적으로 세속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스님은 수행과 전법에만 전념하고, 사찰 운영은 투명한 시스템 아래 재가 불자들이 공동으로 책임지는 ‘사부대중 공동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엄격한 계율 준수’와 ‘승풍 진작’의 절박함

‘미스 골프’ 스캔들은 고위 승려들이 승려로서 가장 근본적인 계율인 음주, 성관계, 금품 소유 금지 등을 어겼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이러한 일탈은 승단 전체의 도덕성과 권위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한국 불교계 역시 일부 승려들의 비위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 신뢰를 잃는 일이 반복되어 온 만큼, 태국의 사례를 거울삼아 종단은 승풍(僧風) 진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교육원 차원에서 엄격한 교육과 징계 시스템을 통해 승려 개개인의 계율 준수 의식을 높이고, 비위 발생 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하는 강력한 자정 능력을 사회에 보여주어야 한다.

‘성직자’로서의 모범적인 삶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이 훼손되지 않도록 절박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할 때이다.

#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열린 종무 행정’

태국 불교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퍼진 것은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감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한국 불교계 역시 과거 불거졌던 각종 의혹에 대해 여론에 귀 닫지 않고 진실을 규명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열린 종무 행정’을 펼쳐야 한다.

신뢰와 존중은 스스로 진실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태국 불교의 위기는 곧 한국 불교가 가야 할 자성과 쇄신의 길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한국 불교는 이 경종을 단순한 외부의 비판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청정 수행 종단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사회의 사표(師表)가 되는 대승 보살행의 길에 다시 매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