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인도 카르나타카주 문드고드에 위치한 드레펑 고망 토론장에서 열린 연례 동계 토론회에서 달라이 라마 성하께서 토론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Dalai Lama Office
남인도의 뜨거운 태양 아래, 붉은 가사를 수한 수천 학승들의 열띤 논쟁 소리가 드레펑 사원(Drepung Monastery)의 앞마당을 가득 메웠다.
티베트 불교의 영적 스승이자 관세음보살의 현신인 제14대 달라이 라마 존자가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아 학승들의 수행을 직접 점검하는 특별 법석을 열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인도 카르나타카주 문드고드에 위치한 드레펑 사원 대광장에서는 달라이 라마 존자를 증명 법사로 모신 가운데 '2026 신년 특별 대논강(Winter Debate Session)'이 봉행됐다.
이날 법석에는 간덴 트리파(Ganden Tripa)를 비롯해 겔룩파 주요 린포체와 드레펑·간덴 사원의 학승 5천여 명이 운집해 장관을 이뤘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마무리된 겔룩파 정기 겨울 토론인 '장 귄최(Jang Gunchoe)'의 열기를 이어, 존자님 앞에서 그간 갈고닦은 학업 성취를 점검받는 자리로 마련됐다.
두 손을 마주치며 나는 '탁, 탁' 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질 때마다, 질문자와 답변자 사이에는 날 선 논리와 교학의 정수가 오갔다.
이는 단순한 지식 겨루기가 아닌, 무명(無明)을 타파하고 지혜를 드러내는 티베트 불교 고유의 수행법이다.
법좌에 오른 달라이 라마 존자는 시종일관 자애로운 미소로 후학들의 법거량을 지켜봤다.
존자는 이날 법문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은 맹목적인 믿음이 아닌, 철저한 분석과 비판적 사고 위에 서 있다"며 '나란다 전통'의 핵심인 이성적 사유를 재차 강조했다.
존자는 "우리가 공부하는 인명학(논리학)과 중관 사상은 박물관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번뇌를 해결하는 실천적 도구여야 한다"며 "치열한 논쟁 끝에 얻어지는 공(空)에 대한 확신만이 이기심을 꺾고 진정한 자비심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했다.
특히 존자는 아흔을 넘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자리를 지키며 젊은 학승들의 패기 넘치는 질문에 직접 답하고, 때로는 유머 섞인 비유로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주며 대중과 호흡했다.
토론에 참여한 드레펑 로셀링 사원의 텐진 갸초 스님(게쉐 과정)은 "존자님 존전에서 법거량을 펼치는 것은 평생의 꿈이자 영광"이라며 "오늘 주신 가르침을 지표 삼아, 문 사 수(聞·思·修) 정진을 통해 일체중생의 안락을 위한 참된 수행자가 되겠다"고 발원했다.
달라이 라마 존자는 이번 문드고드 일정을 통해 겔룩파 3대 사원(드레펑, 간덴, 세라)의 학승들을 격려한 뒤, 다람살라로 복귀해 대중 법문과 집무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