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신뢰도 1위 굳혔지만…'영향력'은 제자리

한국불교가 대한민국 3대 종교 중 '가장 신뢰받는 종교'라는 위상을 공고히 했으나, 실제적인 사회적 영향력과 교세 확장 측면에서는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탈종교화의 흐름 속에서 국민들은 불교에 '깨달음'보다는 '치유'를 원하고 있었으며, 조계종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선명상'이 무종교인과 불교를 잇는 결정적인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종연구소(소장 원철스님)는 2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한국인의 한국불교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9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2,03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급변하는 종교 지형 속에서 한국불교가 나아가야 할 좌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불교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는 54.7%를 기록해, 개신교(46.3%)와 천주교(50.0%)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자신의 종교가 없다고 답한 '무종교인'의 51.5%가 불교를 신뢰한다고 답해, 불교가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신뢰 자산으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신뢰도가 곧바로 교세 확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불교 인구는 2013년 22%에서 2025년 17%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며 개신교(17%)와 동률을 이뤘고, 국민의 절반이 넘는 59%는 '종교가 없다'고 답해 탈종교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사회적 영향력' 지표였다.

불교는 신뢰도 1위라는 성적표가 무색하게 사회적 영향력 측면에서는 29.0%에 그쳐, 50.6%를 기록한 개신교에 크게 뒤처졌다.

이는 지난 10년 전 조사 결과와 동일한 수치로, 불교가 우리 사회의 주류 담론을 이끌거나 역동적인 변화를 주도하는 데 있어 여전히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불교의 이미지가 '전통적'(70.7%)이고 '편안하다'(62.2%)는 긍정적 평가 속에 갇혀, '현대적'(27.3%)이거나 '역동적'(26.5%)인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젊은 세대의 유입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희망의 불씨는 '치유'와 '선명상'에서 발견됐다.

10년 전 국민들이 불교에 기대하는 역할 1위가 '깨달음을 위한 수행'이었던 반면, 이번 조사에서는 '심리적 위안과 치유'(28.1%)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고단한 현대 사회에서 불교가 수행자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의 아픈 마음을 보듬는 안식처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불교 교리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무종교인들도 '선명상'에 대해서는 68.1%가 호감을 보여, 선명상이 불교의 문턱을 낮추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전법(傳法) 솔루션'임이 확인됐다.

한편, 조계종연구소는 이번 조사를 기점으로 5년마다 정기적인 인식 조사를 실시,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인 종책 수립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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