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시민단체, 경주경찰서에 주지 등 금품 살포 혐의 고발장 접수
천년 고찰 불국사의 주지 선거를 둘러싼 '돈 봉투 살포' 의혹이 결국 사회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불교계 시민단체들이 사찰 공금을 이용한 조직적인 금권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불국사 주지 스님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계종 총무원의 '제 식구 감싸기'식 미온적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사법 당국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와 대불련 동문행동, 불력회 등 불교시민단체는 4일 경주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정 승가의 근간을 흔든 불국사 금권 선거 사태에 대해 종단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관련자 전원을 형사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날 시민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태를 "한국 불교의 신뢰를 무너뜨린 파렴치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언론 보도와 내부 제보에 따르면, 불국사 주지 선거 과정에서 총 4억 2,770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살포됐다"며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돈이 개인 재산이 아닌 '발전위원회 기금', '문중 기금' 등 사부대중의 정성으로 모인 사찰 공금에서 나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측 주장에 따르면, 당시 주지 권한 대행과 재무 스님이 공모하여 투표권자 94명에게 500만 원(39명)과 300만 원(55명)씩 돈 봉투를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명백한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행위이자,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조계종 총무원의 안일한 대처를 문제 삼았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조계종 감사실이 지난 1월 6일부터 8일까지 불국사를 방문해 사실관계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징계나 수사 의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종단 고위층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마곡사 주지 돈 선거' 사건 당시 법원이 선거 감시 기능 부재를 이유로 업무방해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던 판례를 악용해 이번 사건 역시 유야무야 넘어가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측은 "이번 불국사 선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상적인 업무가 진행 중이었으므로 업무방해죄 성립이 명확하며, 공금 유용이라는 횡령 혐의까지 더해져 마곡사 때와는 사안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경주경찰서 민원실을 찾아 고발장을 공식 접수했다.
고발장에는 불국사 주지 종천 스님을 비롯해 금품 살포에 가담한 관계자들에 대한 업무상 횡령, 배임, 업무방해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 측은 "종단이 자정 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더 이상 내부 개혁만을 기다릴 수 없어 사회법에 호소하게 됐다"며 "사법 당국은 불교계의 오랜 병폐인 금권 선거 문화를 뿌리 뽑기 위해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