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이 올해 병오년(丙午年) 한 해를 불교문화유산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다채로운 전시와 행사로 가득 채운다.
다가오는 4월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봉정사 괘불 특별전을 시작으로, 국내 최초의 태국 불교미술 특별전, 그리고 연말 불교실 전면 개편에 이르기까지 박물관 안팎이 장엄한 불국토(佛國土)로 변모할 전망이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지난 3일 교육관 소강당에서 신년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6년 주요 업무 계획’을 발표했다.
유 관장은 이날 “올해는 박물관이 국민의 일상 속으로 깊이 스며들어 그 경험을 세계로 확장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우리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오는 4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상설전시실에서 공개되는 '안동 봉정사 영산회 괘불'이다.
지난 2010년 보물로 지정된 이 괘불은 1710년(숙종 36)에 조성된 수작으로, 비단 바탕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는 장면을 장엄하게 묘사하고 있다.
화면 중앙의 거대한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8대 보살과 10대 제자가 에워싼 구도는 환희로운 야단법석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도문(道文)스님을 수화승으로 설잠, 승순, 계순, 해영, 종열, 성은스님 등 7명의 화승이 참여해 당대 불교 회화의 정수를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물관 측은 2013년 보존처리를 마친 이 성보를 통해 불교 의례와 신앙의 현장에서 괘불이 갖는 숭고한 의미를 집중 조명할 계획이다.
불교 문화 교류의 지평을 넓히는 해외 유물 특별전도 불자들의 기대를 모은다.
오는 6월 16일부터 9월 6일까지 개최되는 '태국미술 특별전'은 국내 최초로 태국 왕실과 불교미술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태국 내 21개 국립박물관이 소장한 203건 227점의 유물이 한국을 찾으며, 7~8세기 법륜부터 13세기 '걷는 붓다' 조각, 16~17세기 왕실 유물 등이 전시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가 끝난 후 10월 3일부터 불지종가(佛之宗家) 통도사 성보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겨 순회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어서 영남권 불자들에게도 태국 불교미술의 진수를 접할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10월에는 '돈황 불교 사경 특별전'이 불교 미술 애호가들을 기다린다.
중국 수나라 시기 필사된 '대지도론' 등 희귀 불교 사경이 최초로 공개되며, 동아시아 불교 교류의 흐름과 사경 신앙의 면면을 살필 수 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우리 불교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K-불교' 확산 행보도 이어진다.
2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 고려 불교미술을 선보이는 '한국미술의 보물상자'전을 시작으로, 10월에는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 '중세 한국의 지옥 시왕과 사후 세계'전을 열어 한국 불교 특유의 사후관과 예술성을 서구 사회에 소개한다.
올해 국립중앙박물관 불교 사업의 대미는 12월로 예정된 불교조각실과 불교회화실의 전면 개편 및 재개관이 장식한다.
이번 개편은 단순히 유물을 나열하는 전시 방식에서 탈피해, 성보가 본래 봉안되었던 사찰의 맥락과 의례, 그리고 이를 조성한 장인의 숨결까지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박물관 측은 이를 통해 관람객들이 유물을 단순한 미술품이 아닌 신앙의 대상이자 종교적 염원이 담긴 성보로 체감할 수 있도록 전시 환경을 일신하겠다고 밝혔다.
유홍준 관장은 "모두가 함께하는 박물관이라는 비전 아래, 국민이 우리 전통문화와 불교유산의 가치를 새롭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