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통일의 대업을 완수한 문무대왕의 호국 서원이 살아 숨 쉬는 경주 감포 앞바다에서,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고 내 안의 집착을 놓아주는 대규모 자비의 법석(法席)이 펼쳐졌다.
세계불교교황청(청장 석능인대승통)은 지난 29일 경주 감포 앞바다에서 '2026년도 연례 방생법회'를 봉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법회에는 세계불교교황청장 석능인대승통과 총무원장 원산대승정을 비롯해 총본산 각황사 사부대중과 지역 불자 등이 동참했다.
참가자들은 이른 아침 각황사를 출발해 문무대왕의 수중릉이 바라보이는 감포 해변에 집결, 만물의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정성 어린 의식을 거행했다.
법회가 열린 감포 앞바다는 "죽어서도 용이 되어 동해를 지키겠다"는 문무대왕의 서원이 깃든 호국불교의 성지다. 불교계에서는 이곳에서의 방생이 단순한 생명 구제를 넘어, 선망 부모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는 특별한 복덕(福德)의 장이라고 평가한다.
이번 법회에서 석능인대승통과 원산대승정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해변가에서 물고기들을 바다로 돌려보내며 생명 존중의 가치를 몸소 실천했다.
방생의 교리적 근거인 '범망경'에서는 "일체의 사나운 짐승을 보거나 생명이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는 방도(方道)를 세워 반드시 구제해야 한다"고 설하며, 모든 중생이 과거의 부모이자 미래의 부처임을 강조하고 있다.
석능인대승통은 법어를 통해 "방생은 물속 생명을 살리는 외적 행위를 넘어, 내 마음속의 미움과 탐욕, 집착이라는 그물에서 스스로를 풀어주는 마음 방생으로 승화되어야 한다"며 "오늘 우리가 놓아준 생명들이 전하는 자유의 메시지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는 자비의 빛이 되길 바란다"고 설파했다.
신도들은 각황사에서 정성껏 준비한 공양물을 나누며 화합의 시간을 가졌으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 속에 법회는 여법하게 마무리됐다.
이번 행사는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가 심각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사부대중이 직접 자연과 호흡하며 상생의 가치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큰 울림을 주었다.
감포의 푸른 파도를 향해 힘차게 헤엄쳐 나가는 생명들의 뒷모습에서 동참자들은 나라는 존재가 전체 생명과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緣起)'의 진리를 다시금 되새겼다.
산사에 울려 퍼지는 풍경 소리처럼, 이날의 자비행은 지리산 자락을 넘어 세상 모든 생명의 가슴 속에 따스한 온기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방생법회를 원만히 회향한 사부대중은 발걸음을 돌려 인근 관음사(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 감포도량 무일선원)를 찾았다. 이곳은 한번 들어가면 깨달음을 얻기 전까지 나오지 않는다는 극한의 폐관 수행처 '무문관(無門關)'이 자리한 정진의 도량이다.
앞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생명을 살리는 '동체대비(同體大悲)'를 실천한 대중들은 관음사 경내 큰법당, 관음굴, 소원돌 등을 참배하며 스스로의 내면을 밝히는 '지혜(智慧)'의 불씨를 지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