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사유상' 마주한 '걷는 부처'…국중박서 만나는 태국 불교미술의 정수

걷는 부처. 사진=국립중앙박물관

도리천에서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해 설법을 마치고 사바세계의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고요히 발걸음을 옮기는 부처의 자비가 서울 한복판에 전해진다.

불교를 국교이자 삶의 근간으로 삼아온 태국의 천년 불교미술 정수를 한자리에서 조명하는 역사적인 자리가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6월 23일부터 9월 6일까지 특별전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태국의 역사와 불교 미술을 대규모로 소개하는 특별전으로, 태국 전역 21개 국립기관에서 출품한 조각, 회화, 공예 등 총 214건 239점의 성보(聖寶)와 문화유산이 대거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단연 백미는 14세기 수코타이 왕국 시대에 제작된 태국 불교미술의 상징, '걷는 부처(유행불, 遊行佛)'다.

한국 불교미술의 정수가 '생각하는 부처'인 국보 반가사유상이라면, 태국의 '걷는 부처'는 깨달음의 세계에 머물지 않고 고통받는 중생을 향해 직접 다가오는 '수하항마(樹下降魔)와 구세(救世)'의 자비행을 극적으로 시각화한 걸작으로 꼽힌다.

불교 경전과 전통에 따르면, 이 도상은 부처가 도리천(忉利天)에 올라가 전생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을 위해 석 달 동안 법을 설한 뒤, 보석과 금, 은으로 된 계단을 타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는 '강하도리천(降下忉利天)'의 극적인 순간에서 유래했다.

천상에서 내려온 부처는 사부대중을 향해 다시금 자비의 가르침을 전했으며, 태국의 장인들은 이 경전 속 순간을 유려한 옷자락과 왼발을 내딛고 오른발 뒤꿈치를 살짝 들어 올린 독창적인 조형미로 승화시켰다.

학계와 미술계 역시 이번 전시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조각적 완성도는 물론, 중생을 향해 나아간다는 종교적 의미 면에서도 세계적인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노남희 학예연구사는 "앉거나 서 있는 불상과 달리, 걷는 부처는 태국에서 처음으로 독립된 예배 대상으로 등장한 독창적 형식"이라며 "움직임과 균형감을 동시에 구현하기 위해 당시 고도의 금속 주조 기술이 집약된 태국 고전 불교미술의 결정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태국의 역사와 불교 신앙의 흐름에 따라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태국 이전의 태국'에서는 선사 유적과 함께 인도에서 전래되어 태국 땅에 뿌리내린 초기 불교와 힌두교 유물을 조명한다.

전시의 핵심인 2부 '타이 왕국의 영광'에서는 수코타이·란나·아유타야 왕국 시기의 불교 미술을 소개하며, 그 중심에 '걷는 부처'를 배치해 관람객이 마치 부처의 자비로운 발걸음을 따라 걷는 듯한 고요한 수행의 공간을 연출했다.

마지막 3부 '라따나꼬신 왕조의 미감'은 전 국민의 95% 이상이 불교도인 태국 사회를 지탱해 온 왕실과 불교의 융합을 정교한 왕실 공예품과 불교 유물을 통해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불교적 상생과 아시아 불교문화권의 연대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한 해외 문화 소개를 넘어, 부처의 자비 사상 안에서 양국이 문화적으로 깊이 소통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유홍준 관장은 "그동안 서구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한류 확산국이자 오랜 불교 전통을 공유한 태국의 미술 정수를 만나는 뜻깊은 자리"라며 "양국의 문화적 교류와 유대감이 한층 더 깊어지기를 바란다"고 서원을 담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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