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구적 과제로 떠오른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과 부탄의 불교계가 머리를 맞댔다.

물질적 풍요보다는 정신적 행복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부탄의 철학이 현대 사회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만나 어떠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가늠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부탄우호협회는 9일(현지시간) 부탄 현지에서 '제2회 국제 ESG 동맹 포럼'을 개최하고, 기후변화가 인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하는 한편 불교적 관점에서의 대응 전략을 모색했다.

이번 포럼은 양국 불교계의 우호 협력을 공고히 하고, 위기에 처한 지구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실천적 방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은둔의 왕국'으로 불리는 부탄은 경제성장률(GDP) 대신 국민 총 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을 국가 발전의 핵심 지표로 삼는 나라다.

이는 국민의 삶의 질과 사회적 균형, 환경 보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것으로, 최근 전 세계 기업과 국가의 화두인 ESG 경영 철학과 맥을 같이 한다.

이날 포럼의 핵심 화두 역시 부탄의 GNH 철학을 어떻게 구체적인 정책과 산업, 나아가 지역사회의 실천 운동으로 연결할 것인가에 모아졌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조계종 사회국장 선일스님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불교의 '불이(不二)' 사상을 강조했다.

진우스님은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라는 불이의 관점을 확립해야 한다"며 "자연을 지배하고 착취해 온 기존의 문명에서 벗어나, 자연과 공존하고 공생하는 문명으로 대전환을 이뤄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부탄 정부 측도 이번 포럼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렌포 레키 도르지 부탄 재무부 장관은 "부탄은 한국 불교계와의 파트너십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며 "글로벌 모범 사례를 통해 배우고, 부탄이 가진 고유한 경험을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진행된 첫 번째 포럼 세션에서는 기후변화의 실제적 영향과 부탄의 자연재해 대응 전략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발제자들은 부탄이 청정 국가의 지위를 유지하며 지속 가능한 개발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난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전문가들은 기존 기상 관측 네트워크의 효율적 운영 여부와 부탄의 지형적 특성에 맞는 조기 경보 시스템의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유희동 연세대 특임교수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가 가진 고유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며 "부탄 역시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 중장기적 대응 목표를 수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아무리 높은 행복지수를 가진 국가라 하더라도, 기후 재난에 대한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결국 GNH 지수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제기됐다.

이번 포럼은 한국과 부탄이 불교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기후위기라는 전 지구적 난제를 함께 고민하고, 상생과 공존의 지혜를 모색했다는 점에서 향후 양국 교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