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현등사 아미타여래설법도. 사진=국가유산청


조선시대 경기 지역 불화의 정수로 꼽히는 '가평 현등사 아미타여래설법도'를 비롯한 불교 성보 3건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승격된다.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최근 '가평 현등사 아미타여래설법도', '임실 진구사지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양산 신흥사 석조석가여래삼존좌상 및 복장유물' 등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높은 불교 문화유산 3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이번 지정 예고는 각 시대별 불교 미술의 흐름과 지역적 특색을 잘 보여주는 수작들이 포함돼 학계와 불교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먼저 '가평 현등사 아미타여래설법도'는 1759년(영조 35년)이라는 명확한 제작 시기와 수화승(首畵僧) 오관(悟寬) 스님을 비롯한 제작자, 그리고 현등사라는 원봉안처가 화기(畵記)에 뚜렷이 남아 있어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

비단 바탕에 채색된 이 불화는 아미타여래가 극락세계에서 여러 권속에게 설법하는 장엄한 광경을 묘사하고 있다.

화면 중앙의 아미타여래를 중심으로 나한, 팔금강, 팔부중 등 40여 구의 존상이 위계에 따라 짜임새 있게 배치되어 있으며, 다수 인물이 등장함에도 좌우 대칭을 통한 안정적인 구도가 돋보인다.

특히 섬세한 문양 표현과 힘 있는 필선은 당대 최고의 화승이었던 오관 스님의 뛰어난 역량을 여실히 보여준다. 현존하는 18세기 경기 지역 불화가 드문 상황에서, 서울·경기 지역 아미타설법도 중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이라는 점은 이 불화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한다.

임실 진구사지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사진=국가유산청


함께 지정 예고된 '임실 진구사지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은 통일신라 하대인 9세기 후반의 불교조각 양식을 계승한 수작이다.

비록 광배와 왼쪽 손목 일부가 결실되었으나, 불신(佛身)과 대좌(臺座)가 거의 온전하게 남아 있어 당시의 조형미를 살피는 데 부족함이 없다.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신체 비례와 섬세한 조각 수법은 기존에 보물로 지정된 동시대 석조비로자나불좌상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전라 지역에서 보기 드문 9세기 비로자나불상이라는 점에서 통일신라 하대 불교 미술이 지방으로 확산되는 과정과 양식의 전파 경로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실물 자료로 평가받는다.

양산 신흥사 석조석가여래삼존좌상. 사진=국가유산청


'양산 신흥사 석조석가여래삼존좌상 및 복장유물'은 조선 후기 조각승들의 활동 양상을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성보다.

1682년(숙종 8년) 수조각승 승호(勝湖) 스님을 필두로 수연, 보장, 인원, 처행 스님 등이 참여해 조성했다.

우협시 보살좌상에서 발견된 발원문을 통해 이 불상이 '영산회(靈山會) 삼존'으로 조성되었음이 확인됐다.

특히 경상도 지역에서 활약하며 불석(佛石)을 자유자재로 다뤘던 승호 스님이 주전각(主殿閣) 봉안용으로 제작한 불석 불상 중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오늘날까지 원래 봉안됐던 사찰에 온전히 남아 있다는 현장성과 더불어, 후령통 등 제작 당시 납입된 복장유물은 17세기 후반의 복장 의식을 연구하는 데 핵심적인 자료를 제공한다.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지정 예고한 3건의 성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최종 지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