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의 침묵 깨고 나툰 백옥의 미소"…원각사지 십층석탑, 사부대중 마주한다

조선 불교 미술의 절정이자 세조의 간절한 신심이 깃든 국보 제2호 원각사지 십층석탑이 27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유리막 속에 감춰뒀던 본래의 장엄한 모습을 세상에 드러냈다.

이번 개방은 단순한 문화재 관람을 넘어, 도심 속 성지인 탑골공원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직접 목도하고 법열(法悅)을 느끼는 소중한 구법(求法)의 여정이 될 전망이다.

종로구는 2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국보 제2호 원각사지 십층석탑의 유리막 내부를 27년 만에 언론과 관계자들에게 사전 공개하는 행사를 봉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개는 산성비와 비둘기 배설물 등 외부 오염으로부터 탑을 보호하기 위해 1999년 투명 유리 보호각을 설치한 이후 처음으로 일반인의 접근을 허용하는 조치다.

원각사지 십층석탑은 조선 세조 13년(1467년)에 원각사 창건과 함께 세워졌으며, 높이 약 12m의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화강암이 주류인 한국 석탑 중 드물게 백색 대리석으로 건립되어 '백탑(白塔)'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불교 사학계에 따르면, 원각사지 십층석탑은 고려 시대 경천사지 십층석탑(국보 제86호)의 양식을 계승한 '조선 불교 예술의 꽃'으로 평가받는다.

탑의 기단부에는 '삼장법사와 손오공'으로 유명한 서유기의 장면과 부처님의 전생 설화인 '본생담'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으며, 탑신부에는 부처님의 회상(會上)과 보살, 천인들이 가득해 마치 석탑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불국토를 형상화하고 있다.

특히 이 탑은 세조가 양주 회암사에서 사리 분신(分身)의 이적을 경험한 후, '원각경(圓覺經)'을 간행하고 이를 기리기 위해 세운 사찰의 중심이었다.

'모든 중생이 본래 성불해 있다'는 원각경의 핵심 사상은 이 석탑의 층층마다 새겨진 불보살의 미소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자비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개방은 불교 문화유산이 박물관 속 박제가 아닌, 대중과 호흡하는 살아있는 신앙의 대상임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부대중은 유리막에 가로막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상층부의 세밀한 조각들을 직접 관찰하며 조선 시대 장인들의 지극한 정성과 불심을 체감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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