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쇠락해가던 한국 불교에 '할(喝)'의 사자후를 내뿜으며 선풍을 일으킨 중흥조 경허스님. 그의 파격적인 무애행 뒤에 감춰진 지극한 고독과 자비심이 21세기 스크린을 통해 우리 곁으로 돌아와 '참된 자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 제작사 '그사람경허선사문화산업전문회사'는 오는 19일 한국 근대 선불교의 거목 경허스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그 사람 경허선사'를 전국 극장에서 정식 개봉한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은 '할(2010)', '선종 무문관(2018)'을 통해 선(禪)의 세계를 탐구해온 윤용진 감독의 세 번째 구도 영화다.
윤 감독은 "경허선사의 선시에서 느껴지는 인간적 고뇌는 곧 우리 모두의 번뇌와 맞닿아 있다"며 "사재를 털어 제작에 나선 것은 선사의 가르침이 이 시대의 지친 영혼들에게 줄 수 있는 위로가 크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경허스님(1849~1912)은 오늘날 대한불교조계종의 정신적 근간을 세운 인물이다. 스님의 법맥은 혜월, 만공, 한암 스님으로 이어져 현대 한국 불교의 찬란한 선풍을 이루었다.
영화는 특히 스님이 한센병 환자를 지극정성으로 돌봤던 일화를 핵심 서사로 다룬다. 이는 "중생이 병들었으므로 나도 병들었다"는 '유마경(維摩經)'의 불이(不二) 사상을 온몸으로 증명한 행위이자,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무애행(無碍行)의 정수라는 평이다.
제작 과정에서의 진정성 또한 돋보인다. 서울 북한산 심곡암과 양주 영불사 등 유서 깊은 사찰의 풍광을 담아냈으며, 국가무형유산 범패 보유자인 어산어장 동희스님이 점안의식 장면에 직접 참여해 법석의 경건함을 더했다. 또한 원경스님, 지산스님 등 실제 수행자들의 특별 출연은 영화의 종교적 무게감을 한층 높였다.
배우 이정훈은 경허스님의 치열한 수행과 자비 실천을 혼신의 연기로 소화했으며, 조영민은 만공스님 역을 통해 스승을 향한 깊은 존경과 구도의 열정을 표현했다. 두 배우는 "종교를 넘어 인간의 본질을 찾는 여정으로 봐달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불교 영화는 '산상수훈', '아홉스님' 등 종교적 색채를 넘어 보편적 치유의 메시지로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사람 경허선사' 역시 지난해 미국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K-불교 콘텐츠의 잠재력을 입증했다. 이는 한국 선불교의 정신문화가 서구 사회에서도 '마음 치유'의 대안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사방을 둘러봐도 사람이 없구나"라며 고독을 씹으면서도 중생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던 경허스님. 그의 생애를 담은 이번 영화는 사부대중에게는 신심을, 대중에게는 삶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