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 계류를 베개 삼은 천년의 문향"…순천 송광사 '침계루' 보물 승격

승보종찰(僧寶宗刹) 송광사의 계곡을 굽어보며 수많은 시인 묵객과 수행자의 벗이 되어온 '침계루'가 국가 보물로 지정됐다.

자연과 건축, 문학과 수행이 하나로 어우러진 이 누각은 이제 천년을 이어온 불교 인문학의 중심지로서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전라남도 순천시는 국가유산청이 '순천 송광사 침계루(枕溪樓)'를 보물로 지정 고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로써 침계루는 순천시의 53번째 보물이자, 송광사가 보유한 국보 4점과 보물 27점(이번 지정 포함) 등 찬연한 성보(聖寶)의 숲을 이루는 또 하나의 거목으로 우뚝 서게 됐다.

침계루는 '계곡을 베개 삼는다'는 뜻의 이름처럼 조계산 신평천 위로 정면 7칸, 측면 3칸의 장엄한 위용을 자랑한다.

고창 선운사 만세루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 대형 누각은 고려 말 14세기 무렵 창건된 이래, 1688년(숙종 14) 현익 스님과 해문 스님에 의해 중건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번 보물 지정의 핵심 근거 중 하나는 승보사찰 특유의 독창적인 공간 배치다.

침계루는 대중법회를 위한 일반적 누각과 달리, 승려들의 생활공간인 요사채(법성료)와 나란히 배치되어 '강학(講學)의 공간'으로 쓰였다.

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연마하는 수행자들의 일상이 누각이라는 풍류의 공간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었는지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다.

특히 '화엄경'에서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말하며 모든 경계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가르친다.

침계루에서 들리는 물소리는 수행자에게는 번뇌를 씻어내는 감로수가 되고, 시인에게는 문학적 영감이 되었다.

고려 말 대유학자 목은 이색(李穡)이 "침계루에 오르면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 인간 만사의 근심을 잊는다"고 읊은 것은, 침계루가 지닌 물리적 아름다움이 곧 마음의 평화를 찾는 수행의 공간임을 방증한다.

건축학적으로는 경상도 지역의 누각 건축기법이 전라남도 사찰에 투영된 '영호남 건축 교류'의 산물이라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계류 쪽에는 긴 기둥을 내리고 반대편은 축대 위에 기둥을 세우는 방식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깃들어 있다.

국가유산청의 과학적 연륜연대 조사 결과, 주요 목부재가 1687년에 벌채된 것으로 확인되어 숙종 당시 중건의 기록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순천시 관계자는 "전통 누정의 풍류와 불교 강원의 엄숙함이 공존하는 침계루의 보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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