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유네스코에 화두 던진 수불스님

유네스코 기조연설서 한국 간화선으로 '젠더와 평화'의 해법 제시

사진=BBS불교방송

한국 불교의 대표적 선지식인으로 안국선원장과 BBS불교방송 이사장을 맡고 있는 수불스님이 서구 지성의 심장부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간화선(看話禪)을 통한 인류 평화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한국 불교의 국제적 위상을 역사적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10일 불교계에 따르면, 수불스님은 9일(현지시간) 오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제1회의장에서 열린 국제 평화회의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선(禪) 수행의 지혜를 통한 세계 평화의 실천 방안을 설파했다.

세계불교도우의회(WFB)의 공식 초청으로 성사된 이번 회의는 '평화 증진에 있어서 여성의 역할'을 주제로 세계 각국 정부 관계자와 종교 지도자, 학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수불스님은 첫 번째 세션인 '그녀로부터 시작되는 평화: 문화 간 대화의 젠더 차원'의 문을 여는 강연자로 나서, 한국 간화선 수행이 어떻게 현대 사회의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화두를 던졌다.

수불스님은 연설 도중 돌연 손가락을 움직여 보이며 "이것은 손가락이 하는 것도, 마음이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또한 "간화선이 제시하는 평화는 차이를 없애는 평화가 아니라, 차이가 더 이상 두려움이 되지 않는 상태"라고 강조하며, 존재의 근원을 깨닫는 '돈오(頓悟)'의 지혜가 인류 공동체의 상생으로 이어짐을 역설했다.

이번 파리 행보에는 조계종 전국비구니회 회장 광용스님을 비롯한 비구니회 대표단이 동행하여 의미를 더했다.

'여성의 역할'을 논의하는 회의 성격에 맞춰 한국 비구니 승가의 수행력과 사회적 위상을 국제 사회에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다.

이는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정신이 성별과 국경을 넘어 실현되는 장면이기도 했다.

스님의 일정은 유네스코 연설에 그치지 않고 프랑스 최고의 고등학술기관인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의 간화선 학술 강연과 프랑스 국립도서관(BnF)에 소장된 신라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 친견으로 이어진다.

1300년 전 세계와 소통했던 한국 불교의 역사적 뿌리를 현대적 가치로 계승·확장하려는 거대한 여정의 일환이다.

이번 연설은 UN과 유네스코가 추구해 온 제도적 평화를 넘어, 개개인의 마음 근육을 단련하는 수행이 뒷받침되어야 진정한 평화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파리 시내에 울려 퍼진 선지식의 경책은 갈등과 전쟁으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본래 면목'을 되찾는 길을 제시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차별 없는 자비의 마음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 파리에서 시작된 한국 불교의 '평화 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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