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하동 법성선원에서 불교와 기독교가 손을 맞잡고 산골 어르신들의 병고를 어루만지며, 종교를 초월한 대자대비(大慈大悲)의 보살행을 실천했다.
불교계에 따르면, 대한불교조계종 법성선원(주지 정민스님)은 지난 21일 부산 온병원그룹 및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와 공동으로 지역 어르신을 위한 무료 진료 법회를 봉행했다.
이번 의료봉사는 하동군 옥종면 고암마을과 위태마을 등 의료 소외 지역 주민 120여 명을 대상으로 전개됐다.
평소 거동이 불편하거나 교통 여건상 병원 방문이 쉽지 않았던 70~80대 고령의 어르신들을 위해 법성선원 신도들이 직접 차량을 운행하며 이동을 지원했다.
진료소는 법성선원 경내에 마련됐으며, 의사 3명과 간호 인력, 물리치료사 등 70여 명의 봉사단이 300여 건의 진료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거동이 불편한 90대 어르신을 위해서는 직접 자택을 찾아가는 왕진도 실시했다.
행사가 열린 하동 옥종면 법성선원은 조선 전기인 1466년에 간행된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육경합부(六經合部)'와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등 귀중한 불서를 소장하며 오랜 세월 부처님의 정법을 수호해 온 지혜의 도량이다.
오랜 세월 경전의 지혜를 묵묵히 품어온 이 도량은 이날 기독교 의료진의 헌신과 만나 살아 숨 쉬는 자비의 실천장으로 거듭났다.
이번 봉사는 기독교 장로인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온병원그룹 원장)과 현직 목사인 송필오 마취통증의학과 과장(울주병원 부원장)이 중심이 되어, 부활절을 목전에 두고 불교 사찰에서 인술(仁術)을 펼쳤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는 유마경(維摩經)의 "중생이 병들므로 보살도 병든다(衆生病故 菩薩病)"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가르침을 두 종교가 함께 여실히 구현한 현장이었다.
그린닥터스와 온병원그룹은 과거부터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산사나 오지 마을을 찾아 종교와 이념을 넘어선 꾸준한 의료봉사를 실천해 왔다.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이러한 연대는 고령화와 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지역사회에 종교계가 나아가야 할 상생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법성선원 주지 정민스님은 "멀리 부산에서 찾아와 정성을 다해준 의료진 덕분에 지리산 자락 어르신들이 큰 위로를 받았다"며 "종교를 넘어 이웃의 아픔을 함께 보듬는 자리가 됐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 역시 "종교는 다르지만 이웃을 사랑하고 아픈 이들을 보듬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고 화답했다.
산사에 울려 퍼진 맑은 풍경 소리처럼, 생명 존중이라는 하나의 진리를 향한 두 종교의 아름다운 동행이 우리 사회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